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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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에게는 형제보다도 가까운 절친한 친구가 있다.

- 주인공은 그 친구의 여자친구를 좋아한다.

- 불운한 사고로 인해 그 친구가 죽는다.

- 주인공은 그 친구의 여자친구와 연인이 된다.

- 프로포즈를 마음 먹은 차에, 주인공은 뜻하지 않은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 과연 주인공은 친구를 살릴까?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를 만나지 않게 할까?



<셰이커>를 구성하고 있는 토대가 되는 설정들을 위에 정리해보았다. 이를 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은 ‘타임슬립’이라는, 이제는 흔해져버린 소재를 다시금 활용한 작품이다. ‘흔하다’는 표현은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인즉슨,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이미 활용하였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많은 작품들에서 ‘타임슬립’ 소재를 차용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갈 때 그 이후의 미래를 다 알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한 통쾌함이랄지, 답답함이 해소되는 지점이 분명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터다. 그러나 그에는 필연히 뒤따르는 위험 부담이 있는 법이다. 이제는 그런 소재를 가진 작품이 홍수처럼 범람하듯 많아졌으므로, 독자들 또한 그런 장르물을 보는 눈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준이 엄격해지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셰이커>를 읽는 동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다. 이 작품도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으로, 그 시간여행으로 인해 겪게 되는 주인공의 딜레마가 정말 깊이 있고 절박하게 느껴진다. <셰이커>에서도 비슷한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나오는데, 나는 두 작품을 비교했을 때 기욤 뮈소의 작품이 재미나 깊이 모두 훨씬 더 강력한 것 같았다.

물론, <셰이커>가 절대 혹평을 남길 만한 작품은 아니다. 이희영 작가의 기본적인 필력이 뒷받침 되어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분명한 소설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그저 흔하디 흔한 타임슬립물 한 편을 보는 것에서 그쳤다. <페인트>, <페이스>, <테스터> 등 정말 재밌으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던지는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만났던 터라 기대가 높았고, 그렇기에 실망 또한 크게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놓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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