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 그래픽 노블
아메 데용 그림, 이수은 옮김, 윌리엄 골딩 원작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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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 작품을 읽고 있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번역’에 대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언제나 번역의 중요성이 화두에 오를 때면 등장하는 게 바로 민음사의 ‘파리대왕’이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도 읽을까 싶어 찾아보았지만, 후기가 좋은 <파리대왕>을 찾을 수 없었다. (혹은 내가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하여 지금까지도 <파리대왕>은 계속 묵혀두고 있다가, 최근 민음사에서 ‘그래픽 노블’ 버전의 파리대왕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패밀리데이를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냉큼 할인받아 구매하여 곧바로 읽기 시작하였다.

다 읽은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소감은, 괜히 ‘고전’이라 칭송받는 작품이 아니구나… 엄청나다! 라는 감상이었다. <파리대왕>은 순수한 아이들이 끔찍한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의 비참함을 적나라하고 잔혹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아갈 만하다고, 그래도 인류애는 존재한다고 믿는 나같은 사람들을 마치 콧방귀 뀌며 비웃는 듯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반문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만약 작품 안에서 조난을 당한 인물들이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과연 사람들이 질서와 규칙을 잘 지키며 상부상조하는 삶을 이룩해내었을까? 전혀. 오히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자 감상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더욱 인간성을 선연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같아서, 그 모습이 너무도 동감되어서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되는 수작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결말이었는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에 대해서는 더이상 첨언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만, 이런 결말이 아니었다면 아마 단순한 비극으로만 그려졌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아서, 아이들의 끔찍한 본성과 순수한 본성이 확연히 대비되는 결말이어서 그 여운이 더욱 묵직하게 와닿을 수 있었다는 점만은 꼭 말하고 싶다. 아… 너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꼭 이 책을, 이 작품을 읽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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