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5
황모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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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서포터즈

<언더 더 독>은 태아 유전자 편집 시술이 보편화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해당 시술을 받은 사람을 ‘편집인’이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편집인’이라 칭하며, 두 부류의 사람들은 거의 계급 사회마냥 엄격한 차별적 대우를 받게 된다.

비-편집인 중에서도 거액의 빚이 있거나 한층 더 밑바닥인 인간들이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 사육장이었다. 패배자를 언더독이라고 부른다던데 이곳이 이전에 개 사육장이었다는 것을 듣고 보니 비-편집인들을 언더독 이하라고 칭하던 사람들의 비릿한 저의가 체감되었다. 요즘은 개들이 나보다 훨씬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산다. (15p)

소설 속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주인공 ‘한정민’은 개만도 못한 삶, 존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최하의 삶을 보내다 결국 자살로 생을 끊으려 한다. 그 장면을 목격한 편집인인 연구원 ‘노아’가 주인공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선생님의 인생을 사겠’다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평안’을 줄 수도 있다며 말이다. 그렇게 주인공은 노아의 제안을 수락하게 되는데, 과연 이는 정말 평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택이었을까? 한줄평에서 언급했듯,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주인공의 선택은 최악의 추락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이 겪는 불행들은 직접 책으로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짧은 분량이기에 내용을 설명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덧붙인다. 다만, 이 소설을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이 그렇게 추락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다시 일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또한 완벽한 부활이라 할 수 없겠지만, ‘희망’이란 가장 잔혹하고도 애처로운 성질의 ‘구원’이라는 것을 <언더 더 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가벼운 판형과 두께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무게감을 지닌 주제와 내용의 소설이었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에게 판타지 혹은 SF 색채가 강하면 강할수록 개인적으로는 그 작품에 대한 독서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이번에 핀서포터즈로서 읽어본 <언더 더 독>은 지금의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SF 세계관을 그리고 있는, 정말이지 완벽하게 비현실﹒초현실의 모습을 담고 있는 하드SF소설이었다. 그만큼 이 책을 읽는 내 머릿속은 원래였다면 혼란스럽고 어지러움을 느끼며 어려워 해야하지만, 이 소설을 읽을 때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앉은 자리에서 한숨에 읽을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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