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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찰란 피크닉 ㅣ 오늘의 젊은 작가 45
오수완 지음 / 민음사 / 2024년 8월
평점 :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이하 오젊작)를 좋아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잘 읽질 않았던 것 같다. 원래부터 유명한 <한국이 싫어서> 혹은 <보건교사 안은영> 등의 작품은 이미 읽어버렸고, 그 외에도 유명한 작가들의 오젊작 소설은 다 읽어보았지만 최근 출간된 오젊작 시리즈의 작가들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읽은 <아찰란 피크닉> 역시 처음 들어보는 작가님이었다. 더더욱 평소 좋아하지 않는 판타지 장르의 작품이어서 기대를 한층 내려놓고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게 웬걸, 정말 너무 재밌게 읽어버렸다… 판타지적인 세계관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빚어지는 인물들의 갈등들이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실제 모습과도 겹쳐져 보여서 너무도 현실감있고 몰입감 넘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듯한 소설이 아닐까 싶었으니 말이다. <아찰란 피크닉>은 ‘아찰’이라는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 7명의 시점이 각 장으로 구성되어 전개되는 소설이다. ‘아찰’이 되기 위한 조건이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온몸에 종기가 나기 시작하다가 그것이 터지고 그곳에서 털이 자라나 온몸을 뒤덮게 되면, 그는 그렇게 아찰이 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아찰이 될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 속에 사는 주인공들은 아찰이 존재하지 않는 곳, 이 나라 ‘아찰라’ 안에 있는 피라미드 속 ‘헤임’이라는 곳으로 들어가야만 그 불안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종평(종합 적합도 평가)’라는 시험을 보고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를 위해 벌어지는 인물들 간의 시기와 질투 및 악독한 노력 등의 모습이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소설의 설정, 왜인지 낯설지 않은 기시감이 느껴지지는 않는가? 그렇다. 나는 <아찰란 피크닉>을 읽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준비했던 시절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입시 지옥이라고도 불리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 속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아찰란 피크닉>에서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었다. 때문에 판타지 세계관을 그리고 있음에도 현실감 또한 놓치지 않아 너무도 재밌게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 소설이 완전한 ‘디스토피아’로만 그려졌다면, 나는 이 소설에 그리 높은 평가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나 피드에 올린 작가님의 사인 구절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소설은 ‘구원’의 이야기로 결말을 맺는다. 명확한 선과 악이 구분되어 선이 악을 구원하는 구조가 아니다. 복잡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일곱 명(혹은 그 이상)의 아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끝맺음이다. 과연 우리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일까? 이 질문에는 선뜻 대답을 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나 간절하게 그렇다고 믿고 싶기도 하다. <아찰란 피크닉>에서 그리고 있는 인물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