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 공사>에서는 하수도 공사의 대금을 치르지 않아 노동자들이 경찰서에 가서 항의를 제기하는 내용, 그리고 주인공 동권과 용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언뜻 보면 너무도 다른 결의 두 서사가 자칫 따로 놀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근대 시절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내용들이라 하나의 사회를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물 흐르듯 충분히 잘 읽혔다.
이를 테면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신분 격차 때문인 것인데, 부잣집 딸 용희를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없는 일개의 노동자 동권. 두 사람의 관계가 양반-평민 이라는 명목적인 신분 상에 놓여있지 않다 해도 충분히 그 격차를 받아들일 수 있는 당시의 시대상이 무척이나 절감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과연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나라와 많이 다를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 및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여 노조를 설립하고 시위 및 투쟁을 행하는 건 광화문 거리를 나가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실이고, 아무리 지금 신분제도가 없어졌다고 한들 재력에 따라 ‘급’이 나뉘고 주변 사람들의 ‘질’이 달라지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대 문학에서 현대의 모습이 투영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곧 문학이 가진 힘이라는 결론을 귀결되었다. 아무리 오래되어도 고전이 칭송받고 계속 읽히는 이유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