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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외 지음 / 비채 / 2024년 9월
평점 :
#비채서포터즈2기
다섯 명의 소설가가 디저트 하나씩을 선정하여 그를 소재로 단편을 모은 디저트 앤솔러지 <녹을 때까지 기다려>가 비채에서 출간되었다. 아무래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소설가들의 작품이 개별적으로 실려있다보니, 모든 작품이 다 마음에 들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고 또 그 반대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이 다섯 편의 이야기를 모두 소개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 하나만의 감상을 옮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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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섯 편의 소설 중 세 편의 소설이 좋은 감상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중 단언코 독특했던 감상이 매우 뛰어났던 작품은 오한기 작가의 <민트초코 브라우니>이다. 오한기 작가야 말로 우리나라에서 ‘팩션’ 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 중 한명이지 않을까 싶다. 작품의 첫 도입부 부터 작가는 독자들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든다. 이 글에 쓰인 내용이 소설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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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랜서로서 대출받기는 정규직 전환보다 어렵다. 첫 직장에 재직할 때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 만기가 도래하고 대출을 갚기 위해 다른 은행 대출을 알아보다가 거절당한 뒤 닥치는 대로 청탁을 받던 시기가 있었다. 김영사에서 디저트 앤솔러지를 출간할 계획이라며 청탁한 초콜릿 테마 단편도 이 시기에 덜컥 수락한 것이다. (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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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작가가 처한 현실 그대로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팩션 소설’ 장르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극강의 몰입감일 것이다. 아무리 묘사가 뛰어난 소설이라 해도 소설은 어디까지나 허구일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조금은 작품과 거리를 두고서 읽어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처럼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라면? 그 몰입은 확연히 달라진다. 일반적인 장르 소설과는 다른 느낌으로 손에 땀을 쥐며 읽었던 작품이었다. 제발 이 소설이 현실은 아니었길 바라며, 재밌었다는 말과 함께 글을 마친다. 혹시 내용이 궁금한가? 하지만 단편은 내용 요약하는 순간 결말까지 발설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접 읽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