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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동정탑 -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구단 리에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도쿄도 동정탑’은 범죄자를 처벌의 대상이 아닌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이들에게 안락한 생활을 제공하고자 만들어진 최첨단 교도소를 말한다. 이는 상당한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이에 대한 담론이 그리 깊이 다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소설에서 주목할 점은 ‘언어’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화자가 ‘가타카나’를 잘 사용하지 못하고 일본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장면이나, 범죄자를 ‘호모 미세라빌리스’, 비범죄자를 ‘호모 펠릭스’로 새롭게 명명하는 부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왜 중요한지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쿄도 동정탑’이라는 흥미롭고 신선한 소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꾸 다른 이야기로 벗어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또한 저자의 문체도 나와 잘 맞지 않았다. 문장 하나하나가 매끄럽게 읽히지 않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덜컥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번역의 문제일까 싶었지만, 그런 느낌보다는 오히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작품을 읽을 때 느끼는 감상에 더 가까웠다. 문맥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달까. AI를 활용한 문장이 포함되었다는 점,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는 점, 내가 좋아하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극찬이 있었다는 점 등에 기대를 가지고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지만,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