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시도 끝에 소설의 내용을 겨우 파악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처음 읽었을 땐 도입부터 결말까지 머릿속이 온통 물음표로 가득했고, 결국 그 상태로 책장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차분하고 꼼꼼하게 한줄 한줄을 정성 들여 읽어내려가다보니 내가 어떤 부분을 놓쳤었고 왜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그 이유 첫번째는, <아우라>가 소설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2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작중 화자는 주인공 ‘펠리페 몬테로’를 ‘너’라고 칭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품의 첫 문장만 보더라도 “너는 광고를 읽어.” 이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너’라고 부르는 화자 ‘나’는 누구인가? 이 점은 소설이 결말에 가서야 비로소 밝혀지고, 그 전까지 독자는 계속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이야기를 힘겹게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상당히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 <아우라> 사건의 전개를 따라가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묘사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상상하며 고딕 소설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를 감각해야하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너는 현관문을 닫고 천장이 있는 복도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려고 해. 이끼나 눅눅한 화초, 혹은 썩은 뿌리의 냄새같이 졸음을 불러일으키는 향이 진동하는 것으로 보아 안뜰로 들어선 것이 틀림없어. 무언가 길을 밝혀 줄 만한 불빛을 찾아 서성이지만 보이질 않네. (13~14p)
🗣축축하고 찐득거리는 벽을 만지며, 지금 맡는 이 짙고 현란한 향을 이루는 요소가 무엇일까 추출해내려고 시도하지. 깜박거리는 성냥불 빛이 군데군데 돌이 박힌 좁고 축축한 안뜰을 밝히지. 양쪽의 붉고 푸석거리는 땅에는 화초들을 심어놓았어. (46p)
‘음미’ 내지는 ‘감각’이라는 독서 감상의 방법이 너무도 중요한 이 소설에서 나는 그 ‘감각’적인 부분을 놓쳤다는 생각이 재독하는 동안 들었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자꾸 이런 묘사들이 그 진행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첫 시도에 줄거리를 따라가느라 느끼지 못했던 이런 감각들을 두번째 시도에선 최대한 많이 상상하고 느껴보려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이유 세번째. <아우라>의 서사가 가지고 있는 그 ‘환상’이라는 특성이 나를 너무도 힘들게 했다. 현실적인 인과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현실적, 초현실적, 환상적인 전개가 납득되질 않았달까? (MBTI 중 S성향 90%…) 이쯤에서 줄거리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주인공 펠리페는 어느날 신문에 난 구인광고를 보고 한 저택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는 노인 ‘콘수엘로 부인’과 그녀의 아름다운 조카 ‘아우라’가 있었고, 펠리페는 콘수엘로의 사별한 남편 ‘요렌테 장군’의 회고록을 정리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펠리페는 콘수엘로의 기이한 종교적 몸짓(?)을 보게 되고, 아우라를 데리고 그곳에서 탈출하려 한다. 그러나 아우라는 그곳을 벗어날 수 없다며 펠리페의 제안을 뿌리치고, 도리어 펠리페와 격렬한 관계를 나누는 등 영원한 사랑을 맹세받고 싶어한다. 과연 콘수엘로의 그 행동은 무엇이었으며 콘수엘로와 아우라는 무슨 관계에 있는 걸까? 그리고 펠리페를 계속 ‘너’라고 지칭하는 화자 ‘나’는 과연 누구인가?
사실 <아우라>의 묘미는 결국 결말에 등장하는 반전, 모든 인물들의 관계가 해명되는 부분일 것이다. 바로… ‘아우라’와 ‘콘수엘로 부인’이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 그리고 펠리페를 ‘너’라고 지칭하는 인물이 ‘요렌테 장군’이라는 것. 게다가 그 둘 또한 동일 인물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펠레페는 요렌테 장군의 젊은 시절의 인물이었고, 소설 속 ‘너’는 ‘나’이자 ‘그’인 셈이었다… 정말 몹시도 어지럽지 않을 수 없는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