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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젤리 샷 - 2023년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청예 지음 / 허블 / 2023년 8월
평점 :
이야기는 법정에서 시작된다. 해당 재판은 ‘무기징역’ 내지는 ‘사형’이 거론될 만큼 중대한 사안이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높은 화제성을 지닌 사건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현존하는 연구자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난 ‘갈라테아’가 만든 인봇 3구에 대해 한번에 판결을 내리게 된 것이다. 원고 측에서는 그녀가 만든 인봇들이 윤리 강령을 어겼다며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그렇지 않았다며 반대 주장을 펼쳐 치열한 공방을 펼친다. 그런 가운데 인봇 3구가 각각 일으켰던 사건들의 영상이 재판장에서 방영되며 소설은 그들의 이야기로 챕터가 전환된다.
갈라테아는 세 개의 인봇을 만들었다. 각각 ‘엑스’, ‘데우스’, ‘마키나’라고 명명하여 각자 다른 능력들을 부여하였다. 그 후 이들을 상용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각각 사회화 실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겪는 이야기가 미친듯이 재밌다. 단순히 흥미진진한 차원의 장르적 재미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과학에서 주창하는 ‘가치중립’을 꼬집으며 윤리적 딜레마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하여 독자로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 뒤 계속해서 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사유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과연 인간은 비인간 존재와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라스트 젤리 샷>이 품고 있는 담론은 전혀 허구적이지 않다. 챗GPT가 출시되어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는 지금 이 시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논의되어야 할 것만 같은 시의성을 지녔다. 이성으로만 행동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일삼는 불가해한 존재인 ‘인간’을 과연 AI의 논리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이해하지 않더라도 그저 ‘공존’하는 것이 가능하긴 한 것인가? 아, 진짜 재밌다. 꼭 이 책 읽어보길 바란다. 앞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은 모조리 다 챙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