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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뉴 휴먼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7
정지돈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4월
평점 :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해 국가 붕괴 위기에 처한 2040년대의 한국은 ‘인공자궁’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다. 국민들에게 정자와 난자를 의무적으로 기부 받아서 인공자궁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인간들은 ‘체외인’이라고 불린다. 외형상으로는 일반 국민들과 전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대우는 차별적이다.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사건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체외인과 일반 국민들의 갈등. ‘체외인’의 존재 자체는 이 사회에 더없이 필요한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일반 국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며 마치 계급이 더 낮은 듯한 취급을 당한다. 그런 갈등은 쌓이고 쌓여 ‘두선자 사건’ 등의 형태로도 분출되며 더욱 심각해진다.
그리고 문제의 사건 두번째는… 체외인의 일부를 조사하여 유전 정보를 추적한 결과, 이백여명의 체외인들이 모두 한 사람의 정자로 만들어진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전부 배다른 형제들이나 다름 없었고, 만약 체외인 사이에 자식을 낳게 된다면 그건 다름아닌 ‘근친’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조사 결과는 오직 체외인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조사한 결과였을 뿐이었으니, 만약 800만여명의 체외인이 전부 한 사람의 정자로 수정된 것이라면…?
앞서 말한 두 가지의 사건은 서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하나의 접점으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독자들에게 강렬한 전율을 안길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인공 자궁’이라는 소재만 들었을 땐 ‘출산율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황에서 과학 기술이 뒷받침되기만 한다면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얕은 사고였음을 이 소설은 경고하듯 알려준다. 한국인이라면 지금 너무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출산율’이라는 문제를 뼈저리게 체감하며 이 소설에 몰입하여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정지돈 작가의 소설이 이렇게나 재밌을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인상깊고 재밌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인터뷰나 출연 영상들을 보며 정지돈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의 작품들은 너무 어려워서 항상 나의 뇌를 무력하게 만들곤 했었다. 그러나 <브레이브 뉴 휴먼> 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정지돈의 입문작으로도, 한국의 사회 문제를 담은 SF 디스토피아 소설로도, 여러 방면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