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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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다. 이 작품이 주는 여운에서 벗어나기가 왜이리 어려운 것인가. 씁쓸한 것을 넘어서 착잡한 수준으로, 그냥 힘든 것이 아니라 끙끙대는 정도로, 이 책을 읽는 동안의 감정 노동은 꽤나 심했다. 원래 나는 이렇게까지 몰입을 과하게 하진 않는데… 어째서 <급류>는 이토록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일까.

<급류>는 아주 강렬한 첫장면으로 시작된다. 바로 나체의 두 남녀가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이들은 소설의 주인공인 ‘도담’의 아빠 ‘창석’과 ‘해솔’의 엄마 ‘미영’이다. 이들이 같이 발견된 것은 무성한 뒷소문을 양성했다. 소방관인 창석이 미영을 구하려다 비극을 안게 된 것이라는 추측부터 창석이 미영을 강간하려다가 잘 되지 않자 강가에 몸을 던져버린 것이라는 등… 그런 소문들 중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가설은 ‘둘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1부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의 이야기를, 나머지 2,3,4부는 사건 후에 도담과 해솔이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이 내게 유달리 과몰입해서 읽혔던 이유는 아무래도 지금의 내가 ‘자식’의 입장에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도담과 해솔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소설이기 때문에 부모를 그런 사건으로 떠나보내고 남겨진 자식들의 심리를 읽으니 내 마음이 도담과 해솔 못지 않게 비참해지는 듯하였다.

특히 나는 ‘도담’이라는 인물의 심리에 동화되다시피 하였다. 앞서 말했듯이 도담의 아버지 창석은 사람 목숨을 구하는 소방관으로서 너무도 듬직하고 자상하며 가정에 충실한 것처럼 묘사되는데, 이 인물에 내가 너무 많은 정을 준 건지… 창석이 불륜을 저지르고 그 결과로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 가슴이 진짜 뜯겨 나가는 줄 알았다. 우리 아빠가 저렇게 죽는다면… 우리 엄마가 저렇게 죽는다면…

도담과 해솔이 자신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는 그 과정을 보고 있자니, 진짜 이들이 너무 가엽고 안쓰럽고 안타까워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요즘 사회 생활 하면서 T 성향이 조금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나는 뼛속 깊이 F형 인간인가보다. 나같은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어 함부로 이 책을 추천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래도 T형 인간들은 이 책을 온전히 제삼자의 시각에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위의 문장으로 한줄평을 적어보았다. 만약 F형 사람들 중 이 책을 읽고 싶다면, 꼭 소설 속 인물에게 정을 주지 않고 거리를 둔 채로 읽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많이 힘들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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