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
어느날 출판사에서 이 작품에 대한 협찬 DM을 받았다. 오랜만에 받는 연락이라 기분은 좋았으나 빠른 시일 내에 읽어야할 책들이 많아서 거절 답신을 보냈다. 그러나 곧바로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말씀을 해주시는 게 아니던가?! 너무 감사할 따름… 다만 협찬을 받기에 앞서 한가지 당부를 더 드렸는데, 그건 바로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감상을 남길 것’이었다. 워낙 솔직하게 감상을 적는 편이다보니 협찬 받을 때 가장 걸리는 점이 바로 이 지점인데, 출판사 담당자 분께서 ‘작품에 대한 원고는 자신있으니 솔직하게 느낀 감상 그대로 적어주시면 된다’고 아주 당당하게 말씀해주셨다. 이런, 이렇게까지 말하시니 도저히 안읽을 수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별로 기대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출판사 담당자 분께서 그동안 내가 올린 세계문학전집의 리뷰들을 보고 연락을 주셨다며 이 작품 역시 고전문학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적인 장르문학에 비해 고전문학에서 재미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도 뭐… 그렇게 큰 재미가 있는 작품은 아닐거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나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좋은 작품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한다면 그건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읽은 책에서는 접하지 못한 새로운 소재에서 비롯한 신선한 감상이 나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이즈음에서 책의 내용을 잠깐 소개해볼까, 한줄평에서도 말했듯이 <조릿대 베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징병 기피자’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앞세워 전개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이 도주 생활을 기적적으로 성공해내는데, 가명 ‘스기우라 켄지’로 살아가며 징병을 기피하던 이십대 시절과 전쟁이 끝난 후 본명 ‘하마다 쇼키치’로서 본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사십대 시절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해설을 보니 의식의 흐름 기법을 무척 애용했던 ‘제임스 조이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의 전개 방식도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무수히 많이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되고, 이 지점에서 독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앞서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이 들어맞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징병 기피자’라는 소재가 나는 너무도 참신하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세계사적으로 무수히 많은 전쟁들이 벌어지고 그를 배경으로한 작품 또한 많을 텐데, 나는 한번도 군 징병으로부터 도망치는 인물의 이야기를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결과적으로 내게 큰 울림을 주기도 하였다. 징병을 기피하는 캐릭터를 전체 이야기 중 그저 지나가는 인물 하나로 가볍게 등장시킨 것이 아니라, ‘주인공’으로서 전면에 내세우니 도망치는 그의 심리 혹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마음, 죄책감 등을 집요하게 읽을 수 있어 읽는 동안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