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깨는 아이들
범유진 외 지음 / &(앤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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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러블 #앤드러블4기

최근 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둔다는 (나름) 큰 결심을 하였다. 공무원 시험 공부를 계속하는 게 단지 힘들어서 포기하는 건 아니었다. (물론 매우 힘들긴 했다.) 공부를 그만두는 이유는 공무원이 아닌,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아주 크고 선명하게 내 마음속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 무수히 많고 깊은 고민의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준비하고 공부했던 걸 뒤로하고 새롭게 도전을 하려는 데에는 분명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줄 사람은 아무래도 부모님이지 않을까 싶어 부모님께 이 고민을 토로했다. (나는 부모님과 꽤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특히 엄마랑은 거의 베스트프렌드 수준이다…) 그렇지만 엄마와 아빠는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셨다. 엄마는 하고 싶은 걸 해라, 아빠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마저 해라. 아빠의 생각은 노후까지 보장된 공무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고, 지금까지 공부한 거에서 조금만 더하면 분명히 합격할텐데 이를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깝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원체 내가 공무원 준비하는 것을 좋아라 하셨던 아빠였기에, 아빠의 그런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때, 엄마의 말 한마디가 그 대화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엄마는 평생을 하고 싶은 게 없었다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이끌리며 살아온 터라 그게 몹시도 후회된다고, 그래서 아들이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게 엄마는 너무 부럽고 자랑스럽다고, 아직 이십대 중반인데 하고 싶은 걸 도전하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거냐며, 약간 울먹이면서까지 이렇게 나의 생각을 지지해주셨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시금 코 끝이 찡…😢) 아빠 또한 엄마의 그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셨던지 아무 말도 못하셨다. (물론 나중에 둘이서 밥먹을 때 공무원을 한번 더 해보라는 권유를 하긴 하셨지만… 이미 복학 신청을 해놓은 후라서 그 말을 들을 순 없었다☺️)

이런 나의 내밀한 사정을 이 글에 적은 이유는, 이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너무도 필요한 위로와 조언을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범유진 작가님의 작품 [런웨이, RUN, WAY]에는 주변의 단짝 친구들과는 달리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모르는 주인공 ‘유하’가 등장하고, 이와 달리 이선주 작가님의 작품 [실패하겠다는 말]에는 하고 싶은 게 너무도 뚜렷하여 부모님의 반대와 부딪히는 주인공 ‘아름’이 등장한다. [런웨이, RUN, WAY]를 보면서는 유하가 결국 자신의 장래 희망을 멋지게 찾아내서 꿈을 이룩하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데 그게 어쩐지 내가 나 자신을 응원하는 것 같아 조금 쑥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반면 [실패하겠다는 말]을 읽으면서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조언을 얻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문장 자체를 옮겨 적으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혹시 나같은 고민을 품은 사람들, 특히 나의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필요하잖아. 근데 그보다 더 필요한 게 뭔지 알아?”

엄마와 꿈에 관해 이렇게 진지하게 대화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실패를 받아들일 용기.”

76~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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