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는 일반적인 소설들과는 아주 많은 부분에서 결을 달리하는 작품이다. 보통 소설에서는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서사 및 사건이 ‘기승전결’ 구조를 갖추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로드>는 그렇지 않다. 종말이 도래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부자(父子)의 모습만 비칠 뿐, 왜 종말이 찾아왔는지 그 이유에 대한 서술이 전혀 포함되어있지 않으며 주인공들이 극 중에서 겪는 사건들도 그저 에피소드 형식으로 짧게만 나올 뿐 극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전무후무하다.
그렇기에 <로드>는 일반적인 소설같은 서사를 기대하고 읽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할 수도, 지루하게 할 수도 있다. 맞다, 그 사람은 바로 나다. 사실 나는 이 소설을 두 번째 시도 만에 완독에 성공하였고 첫 번째 시도에선 처참한 ‘중도 하차’라는 결과를 맞이했었다. 그렇지만 처음 독서 때 이 소설의 전반적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으므로 두 번째 시도 때는 ‘<로드>는 기존 소설들과는 다른 작품이다’라는 인상을 안고 시작해서 그런지 완독에 성공할 수 있었고, 더불어 첫 시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이 작품의 매력을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