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나라 에버ㄹ… 아니, ‘조예은 원더랜드’로 놀러오세요~~

꿰맨 눈의 마을 ㅣ 트리플 22
조예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도서협찬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특한 설정의 세계관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조예은 작가님은 이번 신작에서도 그 유별난 상상력을 어김없이 발휘하셨다. <스노볼 드라이브>에서는 ‘녹지 않는 눈’이 내리는 세상을, <칵테일, 러브, 좀비>에서는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 색다른 ‘좀비’가 발생한 세계를 그리며 조예은 만의 디스토피아를 구축했다면, 이번 <꿰맨 눈의 마을>에서는 보다 한층 더 깊어진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마냥 디스토피아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유토피아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런 세계 말이다.

<꿰맨 눈의 마을>에서 그리고 있는 주요 배경은 ‘타운’이다. 이곳 안에는 ‘멀쩡’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그렇다면 타운 밖은? 원인 모를 병에 감염된 인간들이 괴물로 변하여 서로 죽고 죽이는 난폭한 세상이 되었다고 타운 안의 사람들은 배운다. 여기서 말하는 원인 모를 병이란, 정상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신체 기관이 새롭게 자라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등 뒤에 ‘눈’이 하나 더 생긴달지, 목덜미에 ‘치아’가 생긴달지…

타운 안에 있는 사람들도 그리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도 느닷없이 ‘병’이 발현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일말의 여지없이 타운 밖으로 추방 당하게 된다. 치사량의 독이 들어간 미트 파이와 함께 말이다. 거기서 파이를 먹고 죽을지, 아니면 타운 밖을 정처없이 떠돌며 생을 유지할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한번 병이 발견된 이상 타운 안에서 살아가는 선택지는 더이상 주어지지 않는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등 뒤에 난 ‘눈’을 십여년 간 숨긴 채 타운 안에서 조용히 살아온 ‘이교’라는 학생이다. 더군다나 ‘램’이라는 친구가 갑자기 발현된 병으로 인해 타운 밖으로 쫒겨나 이교는 친구 한 명을 잃는다. 그렇기에 이교는 타운 안에서의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이교가 즐기는 유일한 일탈이 있는데, 그건 바로 한밤의 계곡 수영이다. 아무도 없고 혹은 있더라도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일 만한 칠흑같은 어둠이 도래한 시간대의 계곡에서 이교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채 수영하는 것을 즐긴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수영을 즐기던 이교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하나 벌어진다. 바로 외부에서 나타난 조종기가 그의 곁으로 추락한 것이다… 과연 이교와 그 추락한 조종사는 어떻게 될까?

<꿰맨 눈의 마을>은 세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작소설집’이라 볼 수 있겠다. (어쩌면 하나의 장편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인간의 내밀한 무의식에 잔존하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뒷표지에 적혀있는 이다혜 작가의 추천사에 있는 ‘애틋’하다는 표현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쓰인 것이 아닐까 싶다. 조예은이 그리고 있는 환상의 세계를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하고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 소설 또한 절대 좋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