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문학동네 시인선 125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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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독립서점을 방문했을 때, 그 서점의 주인 분께서 추천해주신 시집이었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시집이 괴기스러운 것보다는 잔잔하고 다정한 시집이라고 말씀드리니, 그 자리에서 바로 이은규 시인과 안미옥 시인의 시집을 건네주신 것이었다. 애석하게도 안미옥 시인은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라는 시집으로 이미 읽어보았으니 이번에는 이은규 시인의 시집을 한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이번 시집을 집어들게 되었다.


그렇게 구매한 시집을 나는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 곧바로 읽기 시작하였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었고 그중 1,2부를 카페에서 먼저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원래 시집을 읽을 때 내가 모르는 시인의 시집을 처음 읽는 경우라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해서 그런지, 서점 주인장(?)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잔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었다. 그러나 집에 가서 나머지 3,4부를 읽으니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 다시 말해 뭔소린지 모르겠는 시들이 많았다. 시에서 쓰인 표현들이나 문장들이 어려웠던 건 절대 아니지만, 하나의 시로 모아놓고 보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쉬운 마무리로 시집을 덮었지만, 그래도 1,2부를 읽으면서 좋았던 시구들을 이곳에 적어볼까 한다.



📖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부분


이토록 눈부신 날

나의 세탁소에 놀러오세요

무엇이든 표백 가능합니다

너무 투명하여, 그림자조차 없는 문장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번째 봄이다

라는 당신의 문장에 기대어 한 절기

환절기 잘 견뎠습니다

.

.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부분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여기저기서 위로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출발도 못했는데 쉬어 가라는 목소리처럼

나는 달콤한 제안을 아낌없이 받아들였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지나치게 우울했고

나는 지나치게 어리석었고

나는 지나치게 홀로였다

.

.

📖 <봄의 미안> 부분


덮어놓은 책처럼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말을 반복했다

미안(未安)

잘못을 저지른 내 마음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

이제 그 말을 거두기로 하자, 거두자


(중략)


성급한 용서는

이미 일어난 일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만든다

오래 이어질 기억투쟁 특별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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