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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ㅣ 문학동네 시인선 187
안미옥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이 시집은 읽으면서 다른 시집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시집을 읽는 동안과 다 읽은 뒤에도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고민을 이어가보니 답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나의 시에서 연과 연 사이의 맥락이 조금 약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시 하나를 읽을 때 어떤 연의 내용과 표현이 되게 와닿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음 연으로 가자마자 전혀 다른 내용을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어리둥절했던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런 느낌 또한 안미옥 시인만의 표현법일 것이고 또 그것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나도 시의 구절을 하나하나 뜯어가며 감미하는 재미를 느꼈다.
📖 <홈> 부분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화를 냈다
우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이 같은 것이라는 걸
몰랐다
참을 줄 아는 사람은 계속해서 참았다
📖 <선량> 부분
내가 겪는 시간을 모르는 채로
누군가 했던 말이
숨이 찬 순간마다 떠오른다
강하다고 믿고 싶었겠지만
나는 그렇게 강하지 않다
📖 <여름 끝물> 부분
불행과 고통에 대해선 웃는 얼굴로밖에 말할 수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다짐한 사람
📖 <비생산> 부분
들어봐
이제부터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할 거야
중요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시작되지 내가 어제 혼자 거실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
📖 <컨테이너> 부분
나중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건 나중이라는 시간이 가진 재능. 알 수 없는 일들에 둘러싸여 가만히 나중을 기다리면서.
좋았던 구절들이 워낙 많아서 구절 하나하나에 대한 내 감상을 적기 보다는 필사노트인 것처럼 여러 구절들을 적어놓기만 했다, 나의 감상보다는 이 글 자체만을 보며 개인적인 감상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적은 이 시구들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구절을 읽으며 생각지 못한 위로와 감동을 받기를 바란다. 내가 요즘 시집을 많이 읽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