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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연인 ㅣ 소설Q
이승은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평점 :
📢 애달픈 서정과 고강도 서스펜스의 감각적인 듀엣 📢
책 뒷표지에 적혀있는 위의 문구만을 보고 덥석 집어들어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 같은 방법으로 책을 구입하지 않으리라고, 책값을 날리지 않으리라고 굳게 다짐한다. ‘애달픈 서정’이라니요?! ‘고강도 서스펜스’라니요?!?! 저는 이 작품에서 둘 중 그 무엇도 느끼지 못했는걸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태오’와 ‘지수’라는 이십대 후반의 커플이다. 이들은 참 지지리도 궁상맞은 가난한 삶을 살고 있는데 이 부분이 애달픈 걸까?? 그렇다면 이해할 순 있긴 하다만, 이 둘의 ‘사랑’은 전혀 애달프지 않다. 그저 이들의 배경이 이들을 애달프게 만들 뿐, 가슴 절절한 사랑을 한다는 등의 서사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강도 서스펜스’는 어떠한가, 음… 더 심각하다. 뭔가 이들이 어떤 사건에 얽히게 되긴 하는데, 그 사건의 심각성이나 수위 등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도박판의 판돈을 훔치려다가 실패하고 어떤 사람을 다치게 하는 정도…? 만약 다친 이 사람이 죽게 되었다면 모를까, 고작 다리를 다친 정도로는 지금까지 출판된 무수히 많은 추리소설들에 비해 너무 약하게만 느껴진다. ‘고강도’는 개뿔, ‘저강도’도 모자라 ‘미약’한 강도라고 해도 될 법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장면 전환이 매우 빈번하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짧은 분량인데 장면 전환까지 지나치게 자주 이뤄지다보니 서사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뭔가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조금 더 자세하게 다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더러 있었는데, 그 순간 바로 장면이 전환되어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거나 다른 소재가 전개되다보니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정도로 악평만을 남길 책은 아닐 수 있다. 다만 홍보 문구 때문에 기대감을 조금 높게 품고 있던 지라 실망도 컸을 뿐이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책 뒷표지의 저 문장을 적은 직원은 포상금을 받아 마땅하지 않나 싶다. 일 너무 잘하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