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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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은 못하겠다. <마지막 이야기들> 속의 단편들은 ([여자들]이라는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분량이 상당히 짧은 편인데, 그 안에서도 장면 혹은 시점의 전환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거나, 해당 장면에 대한 충분한 묘사가 부재하여 독자로서는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다리아 카페에서]라는 작품의 경우에는 연달아서 두 번이나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책장을 펼쳤다가 호되게 혼났는데, ‘이게 대체 뭔소리야…?’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내용에 대한 갈피를 전혀 잡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작품해설에 쓰인 줄거리 요약을 읽고 난 후에 다시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이게 이 내용이었어?’하며 말이다.



원래 ‘단편’소설들이 문학의 정수로 일컬어진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하고 원래는 장편보다 단편 분량의 소설을 쓰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몰라도, 이 작품집은 ‘독서 고수’들에게나 적합하지 서사성이 강한 작품을 좋아하는 내겐 그다지 마음에 와닿는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중에서 (그나마 가장) 좋았던 단편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리뷰를 남겨볼까 한다.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는 총 분량이 열 쪽을 넘지 않는 ‘초단편’ 분량의 소설이지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것은 인생에 대한 묵직한 통찰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미스 나이팅게일’이라는 한 여성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소년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며 벌어지는 일. 소년의 연주는 그녀에게 황홀경을 선사하지만 소년의 과외가 끝난 후로 집안에 있던 물건들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걸 깨달은 후 곤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때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다. 소년이 물건을 훔친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느닷없이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데,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와 전애인(유부남)을 떠올리며 자신이 소년을 기만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는다. 이 지점이 바로 내가 납득하지 못한 부분이다. 갑자기 아버지의 사랑을 의심하면서, 전애인이 아내를 기만하며 자신을 만난 것처럼 본인도 소년을 기만하는 게 아닐까 하는 그 생각들이, 대체 소년의 도둑질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그 인과관계가 이해되지 않는달까.



그러나 소년이 그녀를 더이상 찾아오지 않게 되며 그녀에게도 내적 평화가 다시 찾아왔다. 또한 시간이 흘러 소년이 성장하여 다시 찾아왔을 때, 그녀는 소년의 연주를 들으며 불완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삶 자체가 하나의 경이임을 깨닫게 된다.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마지막 교훈 만큼은 내게 얼마 만큼의 울림을 준 듯한 작품이었다. 

🗣 그는 그녀의 물건을 돌려주러 온 게 아니었고, 곧장 걸어들어와서 피아노 앞에 앉아 그녀를 위해 연주했다. 그 음악의 미스터리는 그가 연주를 마치고 그녀의 인정을 기다리며 지은 미소 속에 있었다. 그리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를 바라보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그 미스터리 자체가 경이였다. (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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