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행복한 왕자 - 191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선희 옮김 / 더스토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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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아마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왕자>의 내용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온몸이 금으로 칠해져있고 얼굴의 눈과 쥐고있는 칼자루에 보석이 박혀있는 ‘왕자’의 동상이 어느 새 한 마리의 도움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보석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이야기 말이다. 어렸을 적에는 TV 동화 시리즈 같은 걸로 본 적 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읽으니 그때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나이팅게일과 장미]

이 작품은 <행복한 왕자>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 크게 느껴졌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 또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행복한 왕자>에서는 ‘왕자’가 그러했다면, <나이팅게일과 장미>에서는 ‘나이팅게일’이라는 새가 그러하다. 이 새는 한 학생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며 붉은 장미 한 송이를 피워 그에게 선물한다. 읽으면서 ‘이정도까지 한다고??’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아했지만, 어쩌면 그런 순수하고 진실된 사랑이 오스카 와일드가 평생 동안 가장 원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서 더욱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스카 와일드 작가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는 <심연으로부터>라는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정말… ‘처절’하기 그지없다.)



[자기 밖에 모르는 거인]

약 10페이지 밖에 안되는 매우 짧은 분량이지만, 그보다 훨씬 큰 행복한 기분을 선사한 작품이다. ‘동화’의 정석을 따르는 듯한 내용이더라도 그래서 더 크게 감동이 느껴진달까. 내용을 요약하자니 10페이지를 굳이 요약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또 요약하게 되면 결말까지 다 적게 될 것 같아서… 그냥 거인이 앞으로도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만 남기도록 하겠다. (오랜만에 동심을 자극하는 작품을 읽어서 그런지 마음이 아주 몽글몽글하다.)



[충직한 친구]

밀러는 한스를 이용하기만 하고, 한스는 밀러가 자신의 친구라는 점을 생각하며 그를 항상 받아준다. 흡사 밀러가 한스를 가스라이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근데 그 둘에게서 내 모습이 모두 비춰보인 것 같기도 하다. 학창시절에는 어딜가나 항상 ‘여우같다’는 말처럼 상당히 약은 애들이 있다. 그리고 내가 친구의 존재에 많이 의존했을 시절에는 그들에게 정말 많이 휘둘렸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내가 참 심적으로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힘든 걸 알면서도 ‘친구’가 없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계속 그들이 하자는 대로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한스’의 모습을 보며 많이 몰입이 되고 위로를 받을 수밖에… 그런데, ‘밀러’에게서도 내 모습이 보인 것 또한 사실이다. 부끄럽지만, 앞서 말한 학창시절에 약은 애들이 있는가 하면 ‘착하기만 한’ 애들도 있지 않은가. 그들과 어울릴 때면 내가 항상 그들보다 우위에 있으려고 했던 것 같고, 그 모습이 ‘밀러’의 행동과 닮아 보였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주체적인 자아가 확립되기도 해서 밀러’든 ‘한스’든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과거의 내가 여러모로 이중적이었다는 점이 <충직한 친구>를 읽으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반성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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