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창비청소년문학 88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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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의 소설을 읽을 때면 언제나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과 이타적인 따뜻한 마음이 동시에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등장인물을 보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전에 읽은 <아가미>에 이어서 이번에 읽은 <버드 스트라이크> 역시, 아직 세상은 살아갈 만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취향을 저격한 듯 인물들의 따스한 마음을 바라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소재는 ‘익인’이라는 존재다. 익인들은 평범한 도시인들과는 달리 선천적으로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치유능력 또한 타고났다. 어느 날 갑자기 익인들이 도시 청사 건물들을 냅다 부수는 등 난동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비오’라는 익인이 도시인들에게 붙잡힌다. 시장 격의 지위인 시행 직의 ‘휴고’의 이복동생 ‘루’는 비오를 보기 위해 몰래 비오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지만 그곳에서 역으로 비오에게 붙잡혀 같이 익인들의 소굴로 가게 된다.



그러나 루는 도시에서 벗어나 비오와 같이 가는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다. 도시에서는 휴고의 못마땅한 대우와 더불어 본인이 있어서는 안될 곳임을 온몸으로 느끼고 또 그를 버텨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루가 비오를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찌됐든 루는 익인들의 본거지로 가서 그들과 같이 지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익인들이 난동을 벌인 이유를 알게 되고, 이후로 그에 파생되어 일련의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상치 못하게 많은 위안을 얻었던 것 같은데, 그 중 하나가 비오를 위한 루의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비오는 순혈 익인이 아닌, 익인과 도시인 사이의 유일한 혼혈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날개는 크기가 다른 익인들의 날개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혈통 보존을 엄격하게 하는 익인들의 속성 탓에 그들 무리에 제대로 섞이지 못한 채 평생을 지내야 했다. 그런 비오의 처지를 단숨에 끌어올려준 것이 루였다. 곧있으면 치뤄질 성인식 개념의 ‘이행식’에 비오는 원래대로면 참가하지 못할 터였는데, 루가 익인족을 대표하는 ‘지장’에게 쓴소리를 던지며 비오의 권리를 되찾아준 것이다.

🗣 “세상에 왔는데, 좋아서 태어난 게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요? 그게 당신들의 초원조가 말하는 연결과 포용인가요. 비오와 같은 아이를 품지 못할 만큼, 초원조의 날개는 그렇게 작은가요.” (110-111p)

🗣 “그 아이에 대한 처분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내린 것이고, 번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건 단지 무의미한 고집이었을까요. 우리의 사람들을 지키는 거라 생각했는데. 천 명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 한 명의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옳은 것이냐고, 고작 도시에서 온 아이가 제게 묻더군요.” (123p)



루의 말이 감동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루의 말을 들은 지장이 생각을 바꿔 비오의 처지를 고려해주고, 또 그런 한순간의 변화를 다른 익인들이 큰 반대 없이 곧바로 수용해주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존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들으면 일단 반사적으로 고집어린 반박이 튀어나오는 것이 보통일텐데, 상대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니 곧바로 그를 수용한다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일이란 걸 잘 알아서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이런 사회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기엔 나조차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 마음은 곧 반성으로 변했다.



이러한 익인들의 모습 말고도, 비오의 동생가하 선택한 마음이랄지 마지막까지 루를 응원하는회장등등 보면서 그들의 행동 덕에 마음이 아주 많이 동했다. 순간 하게 되는 놀람과 슬픔 부터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흐뭇함까지읽으면서 행복한 기분을 만끽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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