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영 ZERO 零 소설, 향
김사과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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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을 망가뜨리는 맛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아래에 있다고, 손바닥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주인공이 세상과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소설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된다. 단순히 ‘재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 수준은 도가 지나치다. 때문에 읽는 내내 찝찝한 기분이 들 수도 있고, 심한 불쾌함에 몸서리치며 책을 도중에 덮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너무 좋았다. 불쾌하지만, 그 불쾌한 매력에 사로잡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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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주인공은 참… 악하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 모두가 동의할 듯싶다. 그런데 나는 이런 악인에게 빠져 버렸다. 그 이유를 찾느라 지금 이 글을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긴 시간의 고민 끝에 발견한 이유는, 주인공이 나와는 너무도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냥 다르기만 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정반대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는 단 한번도 가지지 못한 사고를 이 주인공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숨쉬듯이 그런 생각을 이어간다. 이를테면,

🗣 젊은 재능이란 정말이지 드물다.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감식안 역시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자랑 같지만 내가 바로 그런 감식안의 소유자다. (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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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자존감이 ‘높다’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하늘 저 너머까지 치솟는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꽁꽁 싸매여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지금은 훨씬 나아졌지만, 몇 년 전 우울의 최고점을 찍을 당시의 난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에 힘겨워했다. 다른 사람이 내게 칭찬하는 말을 하면 나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몸서리치며 아니라고 부정했고, 돌아서서 그 사람이 다른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걱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참…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듯하다. 스스로에게서 안좋은 모습만을 찾고, 또 그런 점에 스스로 얽매여서 하염없이 침잠해가고,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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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인공이 멋있게 느껴졌다. 물론 주인공은 ‘높은 자존감’이라는 말로는 해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악행을 저지르기는 하지만, 그래서 작가가 말한 ‘나르시스트’라는 설명보단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주인공에게 더 어울릴 법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주인공의 매력에 홀려버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꽤 악인들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셜록 홈즈> 시리즈 속 ‘모리아티’ 라든지, 드라마 <선덕여왕> 속 ‘미실’ 등등…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하는 모습이 멋있었나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도 개인적으로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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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강력 추천!!’이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읽으면서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주인공강민주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책을 재밌게 읽었다면 책도 재밌게 읽을 있지 않을까싶어도 작품의 색깔이나 매력이 상당히 달라서 쉽사리 추천하진 못하겠다. 아무튼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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