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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달
하지은 지음 / 달다 / 2023년 2월
평점 :
<얼음나무 숲>을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터라, 이 작품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본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리뷰 역시 전에 읽은 <얼음나무 숲>과 많은 부분을 비교해가며 글을 전개할 것 같다. 어찌되었든 총평을 먼저 하자면, 이 작품 역시 정말 재밌었다. 집중력 부족한 사람도 앉은 자리에서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 이 작품에 대한 영업… 아니, 소개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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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의 공통된 키워드를 하나 꼽아보자면 ‘예술’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얼음나무 숲>이 ‘음악’을 다루었다면 <녹슨 달>은 ‘미술’을 다루고 있다. 즉 화가로서의 삶, 너무도 고달프고 척박한 예술가의 삶이 이 작품의 주를 이루고 있다. 예체능에 전혀 관심이 없어 음악이든 미술이든 조예가 깊지 않은 나조차도 아주 깊이 몰입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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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올린 <얼음나무 숲>의 리뷰에서 아쉬웠던 점으로 나는 ‘느닷없이 전개되는 판타지’를 꼽았다. 물론 그 작품이 환상문학이란 걸 알고 있긴 했지만, 초중반엔 그런 부분을 못 느끼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되어 전개되는 것은 조금 당황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소재나 장면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작품에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흡인력이 대단하다는 게 읽는 중간중간 계속해서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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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녹슨 달>에선 <얼음나무 숲>과 반대되는 아쉬운 점 또한 존재했다. 바로 ‘캐릭터’이다. <얼음나무 숲>에는 두 명의 천재 음악가(‘바옐’과 ‘고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 둘은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뚜렷하여 모두를 응원하는 듯한 마음으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라 할만한 인물은 오직 한 명 ‘파도’ 뿐인데, 이 인물… 상당히 골때린다. 나이가 어린 것도 알겠고 그래서 미성숙하다는 것도 알겠다. 그래도…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하지 말았으면 하는 행동들을 파도는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럴 때마다 짜증이 솟구치기도 하고, (내적) 분위기가 갑자기 훅 가라앉기도 하고… 뭐 아무튼 정이 가지 않는 인물이었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인물’, 특히 ‘주인공’이지 않은가. 그점에서 이 작품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