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무 숲 - 완전판
하지은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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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나무 숲>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두 천재 음악가의 대결’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소재로 전개되는 소설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 (일례로,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을 당시 올해의 책으로 꼽을 만큼 정말 재밌게 읽었다.) 어떤 부분이 나의 취향을 저격하였는지는 뒤에 이어서 설명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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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두 명의 주인공, 음악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들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바옐’이라는 인물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자기 자신도 본인의 그런 뛰어난 재능을 자각하고 있다. 반면 ‘고요’라는 인물은 자기 자신의 재능에 대해 한없이 낮게 평가하여 위축되어 살아가는 피아니스트이다. 재능을 타고난 점은 분명하지만, 자기 자신은 그걸 모르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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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엄청난 재능을 가진 만큼, 이 둘은 서로에 대해 깊은 열등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열등감을 표출하는 방식 또한 판이하게 다르다. ‘고요’의 경우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바옐’을 존경하고 추앙(?)하기까지 하지만, ‘바옐’은 ‘고요’에게 모진 말을 내뱉으며 괴팍한 성격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이렇게 전혀 다른 주인공들의 심리나 행동들이 <얼음나무 숲>에서 아주 치밀하게 서술되어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그 마음에 공감하는 재미도 있고, 응원하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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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초중반까지는 그렇게 천재 음악가들의 심리와 성장 과정을 보는 재미가 출중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다. ‘악마’(?)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판타지스러운… 환상문학 장르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터라, 처음부터 환상문학 같은 분위기가 중심을 잡고 전개되었다면 모를까 중반에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된 것처럼 느껴져서 뭐랄까,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점이 살짝 아쉽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밌게 읽었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큰 기대를 품고 하지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정주행 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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