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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부탁해 ㅣ 소설x만화 : 보이는 이야기
박서련 지음, 정영롱 만화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영화나 드라마로 재창작하는 경우가 많다. 고전문학을 영화화하기도 하고, 웹소설을 드라마화하는 등 이러한 작업의 범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방대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소설을 영화화했을 때, 소설 혹은 영화 둘 다 충분히 만족했던 경우는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글로 쓰인 장면들을 영상으로 만들어진 작업물을 보았을 때 나의 상상과 다르게 표현된 부분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소설에서 가장 재밌다고 생각하여 기대가 되는 장면이 영화에선 생략되어 볼 수 없었을 때에는 거부감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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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이를테면 ‘영화화된 소설’의 경우에는 똑같은 이야기를 두 가지의 방식으로 그려냈다면, <제사를 부탁해>는 소설과 만화 둘 다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이 되는 인물을 달리 하여 다른 시점으로 전개하기 때문에 다른 시점, 다른 입장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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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부탁해>의 이야기 속 두 인물은 살아있는 ‘수현’과 죽은 ‘정서’이다. 정서는 죽기 전 제사 코디네이터인 수현에게 본인의 제사를 챙겨줄 것을 부탁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고, 수현은 친구의 유언 격의 부탁을 받들어 제사를 차려주게 된다. 이 중 박서련 작가님의 소설은 ‘수현’의 입장에서 전개되고, 정영롱 작가님의 만화는 ‘정서’를 유령의 모습으로 등장시켜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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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분량의 짧은 이야기여서 그런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듯한 감동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박서련 작가님 특유의 통통 튀는 느낌과 따뜻한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남아있는 자에 대한 그리움 등… (특히 후반부에 등장한 정서의 딸이 나오는 그림 한 컷이 가장 압권이다) 사실 얼마 전 내게 온 책태기로 인해 모든 활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 책은 그럼에도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책태기를 겪는 분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