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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6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전쟁으로 인해 ‘코니’의 남편 ‘클리퍼드’는 성불구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클리퍼드는 결혼 생활에 있어서 육체 관계보다 정신적인 사랑이 훨씬 중요하다고 코니에게 말하지만, 코니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고 삶의 허무함만을 느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존잘 상남자(?)인 사냥터지기 ‘멜러즈’를 만나게 되며 뜨거운 관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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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성행위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직접적, 노골적으로 표현되어있기 때문에 당시에는 출판될 때 외설 시비를 겪기도 하였으나, 인물들의 심리 또한 상당히 예리하고 촘촘하게 쓰여있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에로티시즘의 고전’이라 일컬어진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촘촘한 심리 묘사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코니’의 입장에 몰입해서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공허한 삶 속에 지쳐있었고 또 멜러즈를 만나며 다시금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세세하게 전개되니, 어쩐지 독자로서 나는 코니의 새로운 출발을 절로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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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 불현듯 홍상수 감독이 떠올랐다. 실제 미녀의 여배우와 사랑의 도피를 벌인 홍상수랑 이 작품 속의 코니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자세히 뜯어보면 세세하게 다른 부분들이야 많겠지만, 적어도 기존 남편/아내를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습만은 똑같지 않은가? 홍상수 뉴스를 보면서 ‘저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하며 욕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와 반대로 홍상수와 비슷한 위치의 ‘코니’는 또 응원하는 내 자신을 보니 내가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깨닫게 된 것만 같아 조금 비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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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홍상수-김민희 커플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은 전에 그렇게 욕했으면서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 나오는 코니-멜러즈는 응원한 모순적인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작가의 치밀한 심리 묘사가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세밀하게 서술된 인물들의 심리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그들에게 완전히 몰입하게 되는… 그래서 이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동시에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