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 지음 / 유유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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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정용준 작가님의 <소설 만세> 밖에 읽어보지를 못했지만, 어쨌든 둘 다 좋았던 걸 보니 이제는 어디 가서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두 책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소설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만세>가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면 (예를 들면 작가님이 문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설가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등등),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은 그보단 소설가라는 직업 자체에 중점을 두고 글을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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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세 부로 나뉘어있고, 그 중 1, 2부가 앞서 말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가 원체 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한번쯤은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먹고 사는 문제’가 막막할 것만 같아서 금세 상상의 나래를 접게 된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딱 알맞는 해답(?)을 제시한 듯했다. 우리나라의 소설가로 살아가는 데에는 어떤 어려움 혹은 매력이 있는지를 가감없이 그대로, 정말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영화화되는 소설의 판권 문제랄지, 작가의 인세나 강연료 등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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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 중 하나는 편집자와 소통하는 부분이었다. 작가님과 호흡이 잘 맞는 편집자가 있는가 하면 또 그렇지 못한 정반대의 편집자도 있지 않은가. 작가님은 이 책에서 본인과 가장 잘 맞는 편집자가 누군지, 또 어떤 식으로 의견을 주고 받았는지를 소개하였는데, 일단 그분은 바로 민음사의 박혜진 편집자님이셨다. 박 편집자님과는 총 세 권의 책을 함께 내셨다고 하는데, 내 기억에 남는 구절은 <산 자들>이라는 작품을 두고 “이 책이 우리 시대의 <난.쏘.공>, <원미동 사람들>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산 자들>을 꽤 재밌게 읽었던지라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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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편집자님과 관련된 부분은 3부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을 느낀 것도 3부이긴 하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은 이 책을 두고 계획적으로 쓴 책이 아니라며, 절반은 월간 ‘채널예스’에 시리즈로 연재한 원고이고, 그 외에는 이런저런 문학 포럼이나 언론사 원고 청탁 등을 받아 쓴 글을 모은 것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며 납득할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1,2부에서는 ‘소설가’라는 주제를 두고 통일되게 글을 풀어냈다는 느낌이 3부에서는 이 얘기 했다가 저 얘기 했다가 하는 그런… 약간 산만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1,2부는 한번에 후루룩 읽었던 반면 3부는 집중하지 못하고 책을 여러 번에 나누어서 읽었다. 각각의 글을 놓고 보면 감히 나 따위가 작가님의 글을 흠 잡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한 권의 책으로 묶기에는 조금 적합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너무도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저 않고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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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에겐 강요하진 않지만, 혼자서 창비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니 불매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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