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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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화가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라는 것 말고는 이 책에 대해 딱히 들은 바는 없다. 여러 북튜버들이 이 책에 대해 언급하긴 하였으나 재밌게 읽었다는 후기보다 썩 좋은 감상은 아니었다는 후기가 더 많았던 것처럼 느껴져서 구태여 이 책을 읽진 않았다. 하지만, 민음사TV 유튜브 채널에서 아란 부장님이 너무 재밌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지금까지 아란 부장님이 추천하신 책들 전부 내 취향과 찰떡이었다) 한번 믿어본다 하는 마음으로 사서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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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을 내 마음 속 원픽 리스트에 올려놓을 정도로 너무 재밌게 읽었다. 아직 안 읽은 그의 작품들이 많아서 너무 행복할 정도이다. (민음사 패밀리데이만을 학수고대 중이다.)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가 아무래도 고갱을 본보기로 만들어진 인물인 듯한데, 실제 고갱의 삶과는 꽤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는 고갱의 실화를 담은 작품으로 읽기보다는 그저 하나의 허구적인 소설로서 이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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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증권 거래소에서 일할 정도로 잘나가는 스트릭랜드가 어느 날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을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버리고 한순간에 떠나버리고선 예술혼을 불태우는 그런 이야기이다.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모습, 주변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없이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스트릭랜드의 모습이 소설 전체를 아우른다. 그래서 만약 스트릭랜드의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되었다면 나는 봇물 터지듯 폭발하는 분통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책을 집어 던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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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소설은 스트릭랜드가 아닌, 스트릭랜드의 행태를 바라보는 어떤 작가를 서술자로 내세운다. 즉 독자들은 이 작가가 스트릭랜드를 관찰하고 설명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인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앞서 말했듯 만약 스트릭랜드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면… 읽는 내내 분노에 휩싸일 것 같지만, 스트릭랜드를 관찰하는 인물이 따로 있고 그 인물의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인 나를 대신해서 이 인물이 화도 내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그런다. 그래서 독자로서의 나는 이 작가에게 격하게 공감하며 책을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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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마 <달과 6펜스>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다들 느꼈을 테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니 짧게나마 감상을 남길까 한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스트릭랜드의 행동들은 분명히 윤리적으로 보았을 때 맹렬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긴 하지만, 그래도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그림’이라는 꿈을 앞뒤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좇아 나가는 모습이 내심 멋있게 보이기도,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현실 속의 나라면 절대 하지 못할 행동들을, 아니 상상조차 하지 않을 일들을 스트릭랜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대로 추진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나름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달까… 내 스스로의 성향을 고려해보아도 스트릭랜드 같은 행동은 내 인생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임이 아주 분명하기에, 그리하여 책을 읽는 동안 스트릭랜드를 마냥 미워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 (75p)

 - “잘해야 삼류 이상은 되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걸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다른 분야에서는 뛰어나지 않아도 별로 문제되지 않아요. 그저 보통만 되면 안락하게 살 수 있지요. 하지만 화가는 다릅니다.”

 -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는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치고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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