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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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민음사TV의 성장소설 편에 나오기도 했고, 제목에서도 언급되는 ‘네루다’라는 인물이 실제 칠레의 명망있는 시인이라는 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알고 보니 이 작품은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 대한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경외심에서 비롯한 책… 아니, ‘팬픽’이었다. 세계문학전집에 실릴 정도의 팬픽은 어떨지 너무도 궁금하였기에 곧바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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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아주 간단히 소개하자면 조금 어리숙한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시인 ‘네루다’에게 시를 배우는 이야기이다. 물론 시뿐만 아니라 인생을 배우며 점차 성숙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게 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웃음이 나기도 하고 왠지 모를 뿌듯함과 뭉클함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웃음이 나는 장면은 네루다와 마리오가 투닥거리는 이른바 티키타카 장면이 그렇고, 뿌듯함과 뭉클함을 느낀 순간은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자신의 아이의 울음소리를 녹음하여 보내주는 장면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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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앞선 한줄평에서 언급한 ‘메타포’일 것이다. 메타포란 한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비교해서 설명하는 것, 즉 ‘은유’를 일컫는 말이다. 이 작품을 두고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라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수많은 메타포들의 집합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듯싶다. 다시 말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 자체가 메타포인 게 아니라, 책 속에 쓰여있는 거의 모든 문장들이 세세한 메타포로 이루어져있는 그런 작품 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분이 이 작품을 두고 ‘문학의 정수같은 작품이다’고 감상을 남긴 걸 본 적이 있는데, 책을 읽으며 그게 무슨 말인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 “치료법이라고요? 치료법이 있다 해도 차라리 아프고 말겠어요. 사랑에 푹 빠져 버렸단 말이에요.” (39p)

🗣 “ (…) 말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야. 허공에서 사라지는 불꽃놀이일 뿐이라고.” (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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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 책의 후반부에는 실제 칠레의 역사가 갑자기 반영되어 전개되는데, 그렇게 맞이한 결말은 파국과 나락의 최후였다. (이는 책의 서문에도 나와있는 내용이다. 스포일러는 아니지 않을까…?) 물론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일 수도 있겠다만, 작품 자체가 따스한 분위기로 계속 흘러왔기 때문에, 그래서 해피엔딩 성애자(?)로서 더더욱 마무리가 아쉬웠던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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