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느 때처럼 교보문고에 들러 가판대 위의 책들을 살펴보는데, 띠지에 쓰여있는 강력한 문구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극한의 뇌 정지 미친 반전!”

사실 이런 문구에 속은 적이 한두번 있었다. 그때마다 너무 억울한 기분이었다. 때문에 더 이상은 출판사의 홍보 문구에 낚이지 않겠다고 결연히 다짐했다. 하지만 운명처럼 그날 서점에서 돌아온 후 습관적으로 알라딘 어플을 켰을 때, 이 책의 김은모 번역가의 추천사가 다시 내 눈에 쏙 들어와 안착해버렸다.

“10년간 본격미스터리를 번역했지만 이렇게까지 소름 돋는 작품은 없었다.”

.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지하의 어느 수상한 장소에 갇힌 열 명의 사람들 중 누군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를 추리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음… 사실 소설의 리뷰를 쓸 때 추리소설의 줄거리를 쓰는 게 제일 어렵다. 추리소설은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읽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줄거리를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해야 결말을 스포일러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매번 크게 들곤 한다. 아무튼 이 소설은 특히나 결말이 중요한 편이기 때문에 내용 요약은 이 문단의 맨 앞 한 줄 정도로만 하겠다.

.

그리하여 결말에 대한 나의 감상은… 놀랐다. 전혀 예측하지 못 했던 것을 넘어서, 번역가님의 말씀처럼 ‘소름 돋는’ 느낌을 주는 결말이었다. 한정된 장소와 용의자들의 ‘클로즈드 서클물’에서 반전을 주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중에 누군가는 범인이겠지, 하는 생각을 당연지사 가지게 되므로 예상치도 못한 인물을 범인으로 앞세운다 한들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걸 뛰어넘는 결말을 가지고 있다. 아… 여기서 더 말하면 진짜 스포일러 해버릴 것만 같으므로 이만 말을 줄이도록 하겠다.

.

다만 앞선 한줄평에서도 말했듯이, 이 소설은 충격의 그 결말까지 이끌어가는 중간 전개의 힘이 조금 부족했다는 느낌이 든다. ‘본격 미스터리’ 장르가 나와 맞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추리해가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게 내겐 종종 지루하게 느껴지곤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해연 작가님의 <홍학의 자리>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의 소설은 중간 이야기들을 충분히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고 느꼈다. 그래서 <방주>에서도 위의 두 작품같은 재미를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를 충족해주진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래도 결말은 어찌됐든 만족스러웠으니 이만하면 되었다는 감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