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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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모순>을 인생책으로 꼽을 만큼 너무 인상 깊게 읽었어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은 어땠을지 많이 궁금했었다. 그래서 여러 북튜버들의 영상들을 찾아보던 중, 어느 한 분이 <모순>을 도서관에서 빌리려했는데 대출 중이라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대신 빌려와서 읽기 시작했는데,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을 만큼 재밌게 읽었다고 하셨다. 순간 나는 뭐에 홀린 듯이 알라딘 어플을 켜고 있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결제를 완료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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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가정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뿌리 깊은 남성 혐오의 사고관을 가진 ‘강민주’라는 여성이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 ‘백승하’를 납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소설은 온전히 강민주의 시점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했다기 보다는 강민주라는 인물이 어째서 이런 생각 혹은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은 책 전체를 톺는다기 보다는 가장 좋았던 문장 몇 개에 대한 생각을 조금 적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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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는 인간은, 아마도 사람을 미워하는 신경 줄기 하나를 갖지 못하고 세상에 태어난 불구인지도 모르겠소. 아버지와 형제들이 그렇게도 저주하는 어머니조차 내겐 눈물겹도록 그리운 존재이니까. 행여 어머니가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고향을 바꾸지 못하는 위인이 바로 나니까. (2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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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가장 슬펐던 혹은 울컥했던 문장 하나를 고르라면 이 문장을 고를 것이다. 문장의 내용 이해를 위해 잠깐 작품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문장은 강민주가 납치했던 배우 백승하의 말로서, 백승하의 어린 시절 어머니는 백승하의 아버지와 형제들을 버리고서 홀로 잠적(?)한다. 후에 백승하가 소속사에 들어가 어린 시절을 서울에서 부유하게 지낸 걸로 속이자고 하자, 어머니가 혹시라도 본인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원래의 고향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이지만 미워할 수도 증오할 수도 없고 그저 그리워하는 마음 뿐이었던 백승하의 한탄 섞인 그 말이, 가슴이 미어지도록 서글프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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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네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아. 너같이 특별한 자식을 준 사람인데, 그 인간이 아니었으면 너 같은 딸은 구경도 못 했을 텐데 어떻게 미워하겠니. (2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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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절대 알지 못할, 부모님의 마음을 담은 저 문장 역시 꽤 충격적이었다. 앞서 말했듯 주인공 강민주는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극도로 혐오하는데 반해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용서한달까 끝까지 품고 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강민주는 그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어 물어보는데 그에 대한 어머니의 답변이 위의 문장이다. 사실 자식의 입장에 있는 나는… 절대, 무조건,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못할 것이다 라고 하는 게 맞겠지)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 서 있는 분들은 이 문장에 동의하거나 공감할 수 있을까. 남편이 됐든 아내가 됐든 자신의 배우자가 가정폭력을 일삼더라도 자식을 생각하면서 증오의 마음을 없앨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어렴풋이 짐작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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