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녹색 갈증 ㅣ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평점 :
명절 연휴 때가 되면 연례적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을 방문하곤 하는데(명절 연휴 때마다 할인 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올해 설 연휴의 방문 때 발견했다. 책을 펼쳐보니 ‘녹색 갈증’이라는 제목이 특정 단편소설의 제목이 아니라 이 책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제목이라는 걸 확인하고선 궁금증이 일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트리플’ 시리즈 중에서는 아마도 유일하게 세 편이 아닌 네 편의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 더불어 독립적인 단편들의 모음집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연작 소설집이 바로 이번에 읽은 <녹색 갈증>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여타 단편집과는 달리 호흡이 조금 긴 것처럼 느껴졌다.
.
소설에서 호흡이 긴 편이라는 것은 꼭 좋다고만, 혹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호흡이 짧아서 장면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호흡이 긴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짧은 호흡으로 전개되는 소설들은 뭐랄까, 조금은 정신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
다만 <녹색 갈증>에 대해선 호흡이 길다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조금 산만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나의 명확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물들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전개여서 그런 듯하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이 ‘이 얘기 했다가 저 얘기 했다가…’ 하는 듯한 느낌… 개인적으로 그다지 선호하는 소설의 전개방식은 아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집이 나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아쉬운 점은 앞서 말한 ‘산만한 전개’말고도 ‘공감되지 않는 인물들의 심리’ 등등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없진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여운이 짙게 남는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명쾌하게 답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인물들의 답답한 상황에 몰입이 되었기 때문일까, 어딘가 무의식 한켠의 내밀한 감정을 건드리는 작가님의 문체 때문일까. 이에 대한 답은 <녹색 갈증>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감상을 공유하면서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