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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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조금은 갈릴 법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러나 나에게는 아주 ‘호’였던 소설이었다. 이기호 작가님의 글이 상당히 독특한 유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서 궁금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이 책을 읽으며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전혀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인물(혹은 작가)의 생각을 그저 가감없이 드러냈을 뿐인데 그 지점이 독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듯했다.

🗣 그거 알아요? 애들은요, 아빠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구요, 문제가 생긴 다음부터 아빠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구요. 그게 어떤 차이인지 잘 모르시죠? 하여간 좆같은 세상이란 뜻이에요. (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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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톺아보자면, 목양면에 위치한 어느 교회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두고 주변 인물들 내지는 용의자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두 개 정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종교]와 [미완]. 먼저 [종교]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부제를 읽으면 알 수 있다. ‘욥기 43장’. 사실 나는 독실한 무교인이라, 부제에 쓰인 ‘욥기’가 뭔지도 모른 채, 그리고 작품 속에 성경과 관련된 내용은 흐린 눈으로 넘기면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이런 독서 방식 덕에 오히려 재밌게 읽었는 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조금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은 지점들이 몇 군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무교인 내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 거 신도시 같은 곳에 택지 개발하면 누가 가장 먼저 덤벼드는지 아십니까? 목사들이에요, 목사들. 거기 종교 부지 분양받으려고, 아주 난리들을 치세요. 거 웬만한 투기꾼들 머리 위에서 논다니깐요. 기도를 많이 해서 그런가, 감도 좋고… (중략) 그래서 신학대학교에 무슨 부동산 투자 심화 과정이 있는 줄 알았다니깐요. 하나님께 꼭 분양 받을 수 있도록 기도드리는 전문 강의 같은 거 말이에요. (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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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키워드 [미완]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조금 있다. 제목도 ‘방화 사건 전말기’인 만큼 방화를 저지른 범인이 누구일지를 추리해가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명쾌해지기는 커녕 머릿속에 물음표만 계속해서 생겨났다. 그 물음표는 책을 완독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즉, 마지막까지 범인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책의 어느 부분을 놓친 걸까 싶어서 책의 후반부를 다시 읽어보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찾아보았으나, 다른 분들도 나와 비슷한 감상을 느낀 것 같다. ‘추리소설’이라 할 법한 책에 결말이 깨끗하지 않다는 건, 이 역시도 호불호를 가르는 부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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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추측성 결말이 적혀있으므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범인이 누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들은 있다. (개인적인 뇌피셜로) 내가 생각하는 범인은 바로 ‘최 목사’이다. 작중에 나주곰탕 주인과 부동산 관련하여 긴밀한 토의를 나누었던 정황과 은행에 대출을 받으려고 하였으나 아버지인 최 장로가 그를 막았던 정황을 고려해보면, 교회 건물에 화재가 발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보험금을 노리고서 방화를 저지른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다만 이것도 확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상당히 궁금하고 의견을 묻고 싶다. 어찌되었든 이 책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교인에게는 충분히 재미있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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