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킨 이야기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박연정 외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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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은 책을 완독한 후에 이틀 정도 지나서 쓰는 글이다. 평소에는 책을 완독한 직후에 그 감상을 적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즉, 감상을 굳이 적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독한 그 날에 잠들기 전이나 그 다음날에도 종종 이 책에 대한 감상이 불현듯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그래서 완독한지 이틀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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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에 대한 말을 여기저기서 은근히 자주 들었다. 김영하 북클럽 선정도서이기도 했고, 북튜버 등의 일본 소설 추천 목록 중에서 이 작가의 작품들이 꾸준히 언급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은 이렇다. ‘불편할 정도로 직설적이고 외설적인 소재와 문체’, ‘막장드라마라고 할 법한 이야기’, ‘탐미주의와 에로티시즘’ 등등. 그런 말들을 듣자니 괜히 한번 읽어보고 싶고, 궁금증이 커져갔다. 때마침 열린 민음사의 온라인 패밀리데이 행사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들을 구매할 수 있어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슌킨 이야기>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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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슌킨 이야기>는 내가 기대(혹은 각오)했던 것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 조금은 밋밋하고, 평범한 사랑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맹인이자 주인인 여성 ‘슌킨’과 그의 시종을 받드는 남성 ‘사스케’의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연애’를 하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정말 한 사람을 존경하고 떠받드는 ‘진정한 사랑’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각오했던 ‘외설’적인 부분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에 조금 심심하다고 느껴져서 굳이 감상을 남기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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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밋밋하다고 생각했던 그 여운이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책에는 인물의 심리 묘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 해설에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슌킨 이야기>는 슌킨 혹은 사스케의 시점으로 전개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가 적힌 ‘슌킨전’을 읽는 제삼의 화자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주인공의 마음은 알 길이 없으니, 독자가 읽으면서 이를 추측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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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말미에 슌킨을 위한 사스케의 충격적인 행보가 나오는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를 적을 수는 없지만) 그런 선택을 했던 사스케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정녕 진정한 사랑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을지가 무의식 중에 게속 남아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사람과 이 부분에 대해 토론하고 싶은데, 그럴 도리가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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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슌킨 이야기>를 읽은 이후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며느리를 탐닉하는 시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미친 노인의 일기>나 부부의 성(性)적 교환 일기를 다루고 있는 <열쇠> 등등… 벌써부터 기대가 부푸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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