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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이야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8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2년 9월
평점 :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니콜라이 고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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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었지만, 읽었던 톨스토이의 <부활>과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꽤 내 취향과 맞는 것 같았다. 특히 <죄와 벌>은 읽은 직후에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구매했을(?!) 정도로 아주 재밌게 읽었는데, 그런 도스토옙스키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 러시아의 작가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도스토옙스키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누구든지 당연지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더불어 니콜라이 고골의 <코>라는 단편도 자주 들어봤던 유명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코>와 <외투>가 실려있는 단편집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를 구입하여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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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그 중에서 가장 나의 취향과 맞는 듯했던 작품은 <외투>와 <초상화>였다. 이 둘에 대한 감상을 적기 전에 앞서 언급했던 <코>를 먼저 가볍게 톺아보자면, 어떤 8급 관리가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자신의 얼굴에 코가 없어진 것을 깨달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변신>은 읽으면서 갑자기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와, 같이 사는 가족들의 심리와 행동들이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공감이 가고 몰입이 많이 되었던 반면, <코>는 그저 해학적인 면모에서 서사가 그친 느낌이었다. 큰 기대를 품고 읽기 시작해서 그런지, 조금은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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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뼈가 시리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러시아의 추위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나 또한 읽으면서 괜시리 추위를 느끼는 듯했고, 그래서 작품 속 주인공의 상황과 처지에 더욱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주인공이 큰 맘 먹고 외투를 장만했는데, 강도에게 빼앗겨버린 내용… 이 작품도 <코>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직업이 ‘관리(공무원)’이고, 이에 따라 작품에는 하급 관리로서의 힘든 생활들(이를테면 상사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 작고 하찮은 보수로 인한 가난한 생활 등)이 너무도 현실적으로 쓰여있는데,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작가 고골은 실제로 하급 관리로서 일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어쩐지 본인이 겪은 이야기인 것 같더라니… 싶을 정도로 아주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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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초상화>는 주인공이 파멸로 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화가인 주인공은 우연치 않게 어느 한 초상화를 구입하게 되고, 그 후로 주인공이 꿈과 현실을 혼동해가며 기이한 일들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단발적으로는 그 초상화 덕택에 화가로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화가’라는 직업의 생명을 끊어놓게 되어 결국은 처참한 결말을 맞게 된다. 그런 주인공의 상승 곡선과 하강 곡선이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져서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