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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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정여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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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시나 소설같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한번쯤은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 왜 읽어?’ 내지는 ‘소설은 왜 읽는거야?’ 등등. 나 역시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항상 깊은 고심에 빠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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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막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의 대답은 ‘재밌으니까’ 였다. 너무도 단순한 대답이지만, 그만큼 또 명료하기도 하다. 이때는 추리소설만 주구장창 읽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때의 내게 질문을 했던 사람들은 거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대부분이어서 ‘네가 영화나 드라마, 아니면 컴퓨터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처럼 나는 책에서 재미를 느낀다’라고만 답을 해도 충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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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독서 범위도 순문학, 고전문학, 시, 에세이 등등으로 확장되었고, 그에 따라 책에서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독서 후의 여운에 잠겨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을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금 깊이 고민할 필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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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차에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게 되었다. 정여울 작가님의 글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읽기 전에 기대가 컸던 책이었다. 보통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이 책은 다 읽은 후에도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감상이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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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개하자면, 정여울 작가님의 ‘독서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님이 여러 책들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들을 이 책에 모았는데, 그 곳곳에 작가님이 생각하는 ‘문학이 필요한 이유’ 내지는 ‘문학을 읽는 이유’들이 담겨 있다. 몇몇은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고, 또 몇몇은 기존에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관점이라 새로웠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 문학은 우리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들을 바로 지금 여기로 끊임없이 불러오는 힘이 있다. 그것이 우리가 제주 4.3을, 1980년 광주를, 세월호를 문학의 거울을 통해 끊임없이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30p)

🗣 나는 그 차 한잔의 여유에 가장 어울리는 파트너가 시집이나 소설책이면 좋겠다. 책을 읽는 동안만은 분노를 철퍼덕 내려놓고, 슬픔을 훌훌 벗어놓고, 이 세상 모두에 함께 있을 수 있고, 이 세상 누구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94p)

🗣 지금 당장 혁명이나 치유가 불가능할지라도 다만 아파하는 사람들 곁에 가만히 함께 있는 것. 나는 문학의 진정한 힘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종교의 힘도 가족의 힘도 사랑의 힘도 빌릴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 나는 문학이 지닌 ‘가만히 곁에 있어주기’의 힘으로 버틴 나날이 많았다. (1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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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생각하는 ‘문학이 필요한’ 여러 이유들을 보면서 나의 생각을 조금 정리하고 확립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결론내린, 내가 문학을 읽는 이유는 바로 ‘추체험’이다. 문학은, 특히 소설은 내가 태어난 후에 한번도 겪어보지 못할 경험들, 살아보지 못할 삶들을 체험해볼 수 있게 해준다. <단순한 진심>을 읽으며 입양 가족이 되어볼 수 있었고,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으며 미지의 젤리 괴수(?)와 싸워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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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추체험’은 무슨 효용이 있을까. 이번에도 또 그저 ‘재미’로 귀결되는 것인가. 물론 재미를 느끼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내가 느낀 ‘추체험’의 쓸모는 ‘공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공감’ 능력을, ‘문학’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은 사회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데에 있어서 너무도 중요한 부분이기에, 우리에게는 ‘문학’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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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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