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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모든 것
휘프 바위선 지음, 장혜경 옮김, 한지원 감수 / 심심 / 2022년 11월
평점 :
<치매의 모든 것> - 휘프 바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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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본 우리 아버지가 책 표지를 보시더니 지나가시는 듯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나는 나중에 암 걸리는 것보다 치매 걸리는 게 더 무서워.”
그 말을 들은 직후의 나는 무어라 답을 하지 못한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우리 부모님이 암에 걸리셨다면, 혹은 치매를 앓게 되셨다면… 둘 다 절대 겪어보고 싶지 않은 미래였지만 굳이, 구태여 더 싫은 걸 꼭 하나만 꼽으라 하면, 나 역시 우리 아버지처럼 ‘치매’를 택할 것 같다. 치매에 걸리셔서 나를 알아보시지 못한다면…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은 어떨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도록 너무도 슬프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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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상상하기에는 치매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치매 자체가 너무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기에 의식적으로 피했던 걸까. 어쩌면 기회가 있었음에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치매 가이드북’ 이었다. 치매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것부터 치매 환자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까지, 제목처럼 치매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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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자체에 대해 가장 놀랐던 점은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의 한 종류였다는 것이었다. 너무도 야트막한 의학 지식 때문에 나는 두 개념을 완전히 다른 별개의 질병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치매 환자의 70%가 알츠하이머병 환자라고 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의 말단이 망가져서 세포 간 소통에 필요한 화학적 과정이 손상된 질병인데, 놀랍게도 신경이 손상되는 ‘그’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당연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치료도 못할 수밖에… 치매를 완전히 중단시키거나 인지 기능을 정상적 수준으로 회복시킬 치료법은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의학 기술이 거의 모든 질병을 정복할 수 있는 수준을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착잡해졌다. 그러나 완전한 치료법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암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기에 치매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경우에는 분명히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고, 그렇게 지연된 시간은 환자 및 보호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돌봄 비용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치매의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는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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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치매 자체보다는 치매 환자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치매 환자가 ‘기억’을 잃게 되더라도 ‘감정’, ‘직관’, ‘욕망’ 등은 끝까지 갖고 있는다는 것이다. 즉, 치매 환자도 상대의 마음을 읽을 줄 알고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되고 싶어하며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이 사실을 기초로 하여 저자는 치매 환자를 대하는 여러 방법을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 치매는 기억을 갉아먹지만 하나가 되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책에서 인용한 실제 사례를 다시 한번 인용하자면,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두 딸이 번갈아가며 모시게 되는데, 큰딸은 어머니를 데리고 백화점이나 공원 등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닌 반면, 작은 딸은 어머니에게 청소나 빨래 등의 집안일을 시키고는 했다. 놀랍게도 어머니는 작은 딸이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치매 이전의 삶에서도 평생 동안 해왔던 집안일이었기에 치매에 걸린 후에도 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일이 바로 집안일이었고, 그 집안일을 함으로써 어머니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쓸모있는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치매 환자에게는 이런 점이 생각보다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참 무겁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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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이 책 사이에 꽂혀있던 편집자 편지에서 ‘읽으면서 울었다’고 하신 부분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해가 안되었는데, 완독하고 나니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치매라는 질병을 다루고 있는 딱딱한 의학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슴을 뭉클하게 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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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