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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도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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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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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한겨레출판’의 공식 블로그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 ‘청년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다양한 문화 요소를 분석하며 빈곤과 단절, 욕망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신랄하고 통통 튀는 문투로 비평하는 사회서.’
책에 대해 내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더욱 적확할 것 같으므로, 나의 설명은 부가적인 차원에서 위의 문장에 덧붙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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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다양한 문화요소’라는 말은,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 까지 총 9개의 키워드를 함의하고 있다. 이런 주제들 모두 ‘MZ’라고 불리우는 요즘 세대들이 빠져있는 ‘트렌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와닿지 않는 주제들도 있었지만(이를테면 ‘사주 풀이’는 절대 불신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글에서 ‘젊음’이 느껴지는 듯한 문체, 즉 출판사의 소개에서 말하는 ‘신랄하고 통통튀는 문투’로 쓰여서 평소에 관심없는 주제에 관한 부분들까지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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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가지 주제를 모두 다루면 글의 분량이 터져버릴 듯하여,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주제 하나를 꼽아 글을 쓰려한다. 바로 ‘갓생’이다. ‘갓생’이라는 말은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며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다. 요즘들어 ‘갓생 실천’과 관련한 주제의 컨텐츠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곤 했다. 특히 책에서도 언급한, 갓생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미라클 모닝’과 관련해서 새벽 5-6시쯤 일어나 생산적인 삶을 실천하는 모습들을 인스타 피드, 유튜브 브이로그 등의 SNS 상에서 유달리 많이 보았던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들에 비해 내가 뒤쳐지고 있는 듯하여 울적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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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갓생’을 추종하는 듯한 요즘 트렌드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특히 앞서 말한 ‘미라클 모닝’에 대한 비판으로는, 애초에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이 억만장자들의 습관에서 비롯한 용어로, 최소 1년 이상은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즉, ‘미라클 모닝’을 실천할 수 있는 ‘억만장자’적인 배경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억만장자가 아니지 않은가. 실제로 한 달 이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을 인스타 피드에서 찾아보기가 매우 드물고, 오히려 ‘3달 하고 포기’ 등 포기했다는 투의 게시물을 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최후의 ‘팩트 폭행’을 신랄하게 내리꽂는다.
🗣 성공의 등급을 매기고, 내 주변 다섯 사람의 평균이 자신의 수준이므로 성공한 사람들 위주로 사귀어야 한다는 <미라클 모닝>식의 갓생 가치관이 오히려 혐생일 수 있다. (39p)
때문에 책을 읽으며 ‘갓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막연하게 ‘갓생’에 대해 부러워(만 하고 실천은 안)했던 나에게 이 책은 시니컬한 위로를 던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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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 뿐만 아니라 배달 음식에 관한 ‘배민맛’, 카카오톡 잘 읽지 않는 ‘안읽씹’, 인스타의 하트 수에 집착하는 듯한 ‘좋아요’ 등등 이 책은 요즘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에 대해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여, 저자는 독자에게 궁극적인 질문을 하나 던진다. 이 책에 언급된 주제들이 ‘요즘의 문화 트렌드’라고 미화되어서 칭해지지만, 실은 그 안에 ‘중독’이라는 말이 포함된 것은 아니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