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물거품 안전가옥 쇼-트 8
김청귤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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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물거품> & <셰이프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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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물거품>은 ‘인어공주’의 서사를 모티브로 삼은 ‘퓨전 퀴어’ 소설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들어 책을 구매했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동성애로 변모할 수 있나 싶은 궁금증이 매우 컸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이 책의 장르를 구태여 ‘퀴어’로 단정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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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책 속에서 두 주인공을 두고 대놓고 ‘여성’이라 지칭하는 장면도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그건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 속에서 2장과 3장에만 해당할 뿐이고, 1장에 나오는 이야기는 동성애라기 보다는 ‘인간과 비인간적 존재의 사랑’으로 보고 싶다. 인간이 감히 성별을 구별할 수 없는, 마치 신과 같은 그런 초월적 존재와의 사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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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의 내용만 살짝 소개하자면, 섬사람들을 위해 바다에 기도를 올리는 무녀 ‘마리’가 바다에 빠진 것을 초월적 존재 ‘수아’가 구해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언제나 혼자였던 ‘마리’와 ‘수아’는 서로를 대하는 다정한 태도를 통해 뼛속깊은 외로움을 서로 치유하고 치유받으며 점차 가까워진다. 그러나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에 섬사람들은 이를 ‘마리’의 탓으로 돌리며, ‘마리’가 요괴에 빠져 사느라 기도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마리’와 ‘수아’를 죽이려 하고, 이로 인해서인지 두 사람은 더욱 더 깊고 슬픈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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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렇게 좋아?”

🗣 “응. 내 목숨보다 더. 영원히 사랑할 거야.”

🗣 “영원은 없어.”

🗣 “내가 있다는 거 알려줄게.” (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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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1장의 내용은 독자들을 서글프고 아프고 애달픈 사랑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처절한 사랑을 보면서 내 가슴이 다 짓물러지는 듯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러나 2장과 3장의 내용은 1장과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록 주인공은 같았지만, 어느 한쪽이 기억을 잃는 등 1장과 완전히 다른 소설을 읽는 듯하여 몰입이 많이 깨졌던 것 같다. 1장의 이야기를 쭉 끌고 나갔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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