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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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가 보고싶어> -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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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특정한 느낌을 주는 책을 읽고 싶어지는 순간이 느닷없이 찾아올 때가 있다. 정말 두꺼운 벽돌책 분량의 고전 문학을 읽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문장 하나하나가 심금을 울리는 듯한 문학적 감수성이 그리워져 한국 순수문학을 읽고 싶을 때도 있고, 아무런 생각 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책을 읽고 싶어질 때도 있다. 최근 들어 무기력하고 우울감에 빠져들었기 때문인지, 갑자기 쉽게 읽히는 달달한 분위기의 소설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그럴 때면 생각나는 작가가 한 명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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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는 <시선으로부터,>처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쓰시기는 했지만, 원래 정세랑 작가님은 <지구에서 한아뿐>, <보건교사 안은영> 등 밝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소설을 잘 쓰시는 작가님이셨다. 그래서 2019년에 출간되었던 <덧니가 보고싶어>도 비슷한 분위기지 않을까 싶어서 읽게 된 것이다. 하지만 <덧니가 보고싶어>는 그런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완벽하게 로맨스 장르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었고, 추리나 스릴러 같은 느낌도 있으나 그것도 어째서인지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었다. 이도저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상당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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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의 취향과 가장 맞지 않았던 부분은 중간중간 삽입되어있는 단편소설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재화’는 이제 막 첫 책을 출간하기 직전 교정지를 들여다보는 장르문학 소설가로, 그녀가 쓴 몇 편의 단편들이 책에 그대로 수록되었다. 그런 부분들이 작품 전체의 흐름을 깨는 듯한 느낌이 들어 집중력이 흐트려졌다.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을 읽을 때도 주인공이 자꾸 이 얘기 했다가 저 얘기 했다가 하는 듯 정신이 산만해져서 별로였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왠지 비슷한 느낌이 들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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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온전히 아쉽기만 하지는 않았다. ‘재화’가 쓴 단편 소설들 중에서 따뜻한 기분을 만끽했던 SF가 있었다. 제목이 안나와서 명확하게 설명은 못하겠다만, AI 로봇들이 상용화된 사회에서 건물을 청소하는 로봇들에 꾸준히 인사를 건네던 한 여자 인간을, 건물이 화재에 휩싸이자 로봇들이 그녀에게 달려가서 몸을 에워싸고 그녀를 살렸다는 내용이었다. 어쩐지 읽으면서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이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너무 좋았던 <천 개의 파랑>의 기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서 이만해도 만족했던 독서 후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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