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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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 서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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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을 전하기로 작정한 듯한 책들을 지금까지 많이 읽어왔지만, 근래에 들어 ‘책’을 통해 가장 큰 힐링을 받은 건 바로 <소년을 읽다>를 읽은 뒤였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이, 어째서 내게 이렇게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을까, 또한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들게 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며 반성하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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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소년원’ 이라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 그런 생각들‘만’ 들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만 하더라도, 무거운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 수위가 가벼워지는 현 제도를 비판하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컨텐츠들이 ‘소년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다 못해 강화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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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소년심판>의 주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소년원’에 대한 우리들의 고정관념이다. 내 주변에 소년원을 나온 사람을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만약 누군가가 ‘소년원 출신’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아무래도 그 사람으로부터 심리적 거리감이 생길 내 모습이 너무도 쉽게 예상이 된다. 소년원을 다녀온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팔과 등에 용 문신이 그려져있을 것 같고, 조금만 쳐다봐도 뭘 꼬라(?)보냐고 소리치며 화낼 것 같은… 그런 이미지가 연상이 된다.

🗣 “선생님, 여기 오시니까 어떠세요?”

“여기? 다른 학교에 간 거랑 똑같은데.”

“그래도 소년원에서 강사로 와달라고 했을 때 기분이 좀 그렇지 않으셨어요? 안오고 싶지 않으셨어요? (중략) 그런 거 있잖아요. 사회 사람들도 ‘소년원’하면 안 좋게 생각하고, 이상한 아이들 있다고 생각하는 시선, 그런 거 있잖아요.”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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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년을 읽다>에서 작가가 만난 소년원의 소년들은 그렇지 않다. 물론 문신 등 외적인 모습이 상상했던 것과 비슷하더라도, 내적인 모습에서 전혀 생각치도 못한 순수함을 작가는 마주하고선 놀란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과몰입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책을 아껴가며 읽으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소년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괜히 내 마음까지 순수해지는 듯한 힐링을 느낌과 동시에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이 어째서 이런 곳에 들어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곳의 소년들은 저마다 다양하고 가슴 아픈 사연들을 가지고 있었고, 이 부분은 내가 이 글에서 적는 것보다 책으로 직접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따로 적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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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원 본연의 목적처럼 우리 사회는 그들이 행동을 교정하고 좋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이상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정도의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일까.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실현하지 않아도 좋으니, 좋은 삶을 살지 못해도 좋으니, 사회의 아래에서 우리에게 무해한 투명인간으로 살아가기만을 바라는 것은 혹시 아닐까.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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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소년들의 입장을 헤아려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자신을 자책하게 만들었다. 단지 더욱 강력하게 처벌 수위를 높여야한다, 소년원이 아니라 일반범죄처럼 교도소에 보내야한다, 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들이 겪은 사연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소년원에서 나왔을 직면해야 냉담한 사회적 시선들을 고려해보지 않았을까,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아니 우리가 역으로 그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책을 덮고선 많은 생각에 잠겨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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