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2 소설 보다
김지연.이미상.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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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여름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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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문학상’의 후보작들을 계절별로 세 작품씩 엮어 출간하는 ‘소설보다’ 시리즈의 ‘여름’편을 읽었다. 전에 읽었던 ‘봄’편에 수록된 작품들이 모두 좋았던 기억이 있고, 무엇보다도 3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문학성을 갖춘 한국 단편문학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큰 메리트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번 ‘여름’의 구입엔 조금의 망설임이 있었다. 수록된 세 작품을 쓰신 작가님들 중 두 분은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고, 나머지 한 분 김지연 작가님은 내 취향과 맞지 않는 글을 쓰신다는 느낌을 전에 받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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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소설 보다 여름 2022>를 구입해서 읽은 이유는 명료했다. 새로운 작가님의 글을 읽어본다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있긴 하지만) 아주 가치있는 일이라는, 나의 독서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새롭게 만난 작가님들의 작품보다 이전에 읽었던 김지연 작가님의 작품이 가장 좋았다. 그래서 가장 좋았던 김지연 작가님의 [포기]라는 작품을 중심으로 감상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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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작가님의 작품은 ‘2022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공원에서]로 처음 접했다. 별로였다. 페미니즘이라 해서 무턱대고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쓰라린 공감’이 아닌 ‘작위적인 불편함’이라면, 내게 그 작품은 좋지 않은 인상으로 남는다. [공원에서]가 딱 그랬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다. 하지만 [공원에서]의 느낌과는 정반대로 [포기]라는 작품은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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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가 대학생에서 사회초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어느정도 예상을 했음에도 직접 마주하게 된 현실의 냉혹함과 씁쓸함에 고개를 떨군 채 한숨을 내쉬게 될 때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 내게 위로를 건네는 듯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채 ‘잠수’를 타버린 인물 ‘민재’의 주변 인물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민재’를 무작정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민재’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일지를 약간의 원망과 연민을 담아 그저 덤덤하게 생각해본다. 그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이 ‘민재’가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도록 몰고 갔음을 무의식적으로 알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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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 있고, 차가 있고, 1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가고, 함께 갈 애인이나 친구나 가족이 있고, 그런 게 평범한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 게 평범하던 시절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은 아니었다. 그건 아주 어렵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삶이었다. 내가 평범하게 산다는 거, 보통의 수준으로 산다는 거, 하고 말하면서 상상했던 수준들도 다 보통 이상의 것들이었다. 민재가 말한 평범한 삶이란 불운과 함께하는 삶이었다. 살면서 한두 개의 불운이란 게 없을 수가 없으니까 그거야말로 평범했다. (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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