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지나가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3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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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 조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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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이라 말할 정도로 내게 큰 감동과 여운을 안겨주었던 <단순한 진심>을 쓴 조해진 작가님의 다른 작품 <여름을 지나가다>를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가, 읽는 당시의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가, <여름을 지나가다>는 내게 그리 좋은 인상으로 남진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별로였던 책의 독후감을 적는 것은 어떤 점이 좋았고 독서를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세세하게 적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단순하게 어떠한 부분이 나와 맞지 않았음을 기록하는 개념이라 전체적인 글이 짧기도 하고 단순할 수도 있지만, 혹시나 나중에 이 책을 다시 읽으려 할 때 이전의 내가 어떤 점이 좋지 않았었는지를 이 글을 통해 염두해두고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어렵지만 이 책의 감상을 몇 자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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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에 읽었던 조해진 작가님의 작품들이 좋았던 이유는 따뜻한 분위기와 섬세하고도 정확한 표현력을 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름을 지나가다>는 이전(에 내가 읽었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결이었다. <단순한 진심>에서는 주인공이 슬픈 사연을 안고 있더라도 극 전체의 분위기는 따뜻했고 조금은 희망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름을 지나가다>는 한없이 어둡고 우울하기만 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불행’이라는 한 단어로 가볍게 설명하기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 정도의 힘겹고 우울한 나날들을 ‘버티고’ 있다. 

🗣 수호의 가족이 살던 아파트는 이제 은행이 소유하게 되었다. 치료를 미루고 있는 아버지의 안면 마비증은 끝내 회복되지 못할 것이고, 어머니는 어느 평범한 아침 식탁에서 아르바이트 때문에 학점 관리가 안 된다며 울먹이는 동생의 뺨을 때릴지 모른다. 하지만 수호가 무서운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군대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이 함께 죽음을 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떨리는 손으로 집에 전화를 거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수호는 그런 것이 무서웠다.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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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나의 취향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되짚어 생각해보면, 약간은 밝고 따듯하고 희망적인 이야기가 이어지거나 혹은 극의 전체를 아우르는 큰 사건 하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여름을 지나가다>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문장에서 나오는 ‘수호’의 가족을 살펴보아도, 어느 수직선 양극단에 ‘행복’과 ‘불행’을 놓았을 때 ‘불행’의 끄트머리에 매달려서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는 듯한 정도의, 불행의 근원과도 같은 삶을 사는 듯하다. 다른 인물들도 매한가지였다. 또한, 어떠한 사건의 기승전결이 선명한 전개가 있다면 그나마 괜찮았겠으나, <여름을 지나가다>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그 인물들이 불행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그 낱낱을 덤덤히 보여줄 뿐이었다. 당연히 이런 느낌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조금은 먼 듯했고, 그래서 많은 기대를 했던 조해진 작가님의 작품이었기에 아쉬움도 컸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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