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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식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네 이웃의 식탁> - 구병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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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에서 ‘그다지…’의 느낌을 받았었던 구병모 작가님의 다른 작품 <네 이웃의 식탁>을 읽어보았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청소년 소설 치고 너무 어두운 느낌이었어서 구병모 작가님의 문체가 청소년 소설보다는 일반적인 한국문학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네 이웃의 식탁>이라면 한번 도전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패밀리데이 때 구입하여 (이제 와서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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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표지에 적혀있는 ‘돌봄 노동의 허무’라는 단어가 내게 와닿지는 않아서 기대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다. <네 이웃의 식탁>은 국가 주도의 사업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이라는 곳에 네 가정이 모이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이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이라는 배경이 비현실적이지만, 품고 있는 내용은 매우 현실적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불쾌한’ 혹은 ‘불편한’ 인간 군상들이 나오지만, 작가는 이들을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로 비꼬듯이 그려냈다. 이런 부분에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불편한 (그렇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공감을 하기도 했다.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관절과 같은 것이라 활액이 없이는 삐걱거리며, 그에 따른 통증과 불편을 실제로 느끼고 감당하는 쪽이 으레 따로 있다는 게 단희의 주된 불만이었다. (중략) 두 아이를 키운 경험에 비추어, 엄마란 자신이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죄송합니다와 고맙습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야 마땅한 존재였다. (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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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뒷표지에는 ‘공동체의 허위’, ‘돌봄 노동의 허무’ 등의 표현으로 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표현도 충분히 동감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살짝 다르다. 이 작품을 보면서 불완전한 인간들이 서로 어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의해 강제로 묶이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규모의 ‘대참사’가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불완전’은 경제력 등의 외부적 여건의 부족함과 더불어 정신상태의 미숙함까지 포함하는 의미이다. 즉, ‘결혼’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심히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교훈인 것 같다. 내가 지금 결혼할 수 있는 상태인지, 예컨대 경제력이 어느정도 뒷받침 되어있고 정신 상태도 말짱히 박혀있는지를 스스로 꼼꼼히 점검해봐야겠으며, 더불어 배우자가 될 상대도 정말 결혼하기에 괜찮은 사람인지, 아주 철저하고 신중하게 고심해야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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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비혼’을 생각하는 사람들 (혹은 굳이 ‘비혼’이라 단정짓지 않더라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나는 결혼을 꼭 하고 싶은 사람인데, 그럼에도 이들의 생각이 절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 안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왜’라고 이유를 굳이 들으려는 태도보다 ‘그렇구나’하고 덤덤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어쩌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네 이웃의 식탁>은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다. ‘가상의 공간적 배경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대참사의 시니컬한 유머’를 느낄 수 있었고,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주저않고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