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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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장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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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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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나라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뒤흔들었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이하 ‘죽떡먹’) 이후로, 힐링을 표방한 에세이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죽떡먹’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고 그 책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 뒤로 계속해서 나오는 힐링 에세이들은 정말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이 책을 받았을 때에도 나의 속마음은 ‘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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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라는 제목에 공감이 많이 갔다. 나의 MBTI가 ‘관심받기 싫어하는 관종’이라는 모순적인 특성을 가진 ISFP인 만큼, 말의 앞뒤가 다르면서도 그런 역설적인 마음이 와닿는 이 책의 제목이 좋아서 얼른 집어들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산문시’ 같다는 것이다.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내가 읽어온 에세이들과는 결이 조금 달랐고, 오히려 산문으로 쓰인 ‘시’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던 책이었다. 그게 오히려 더 좋았다. 일상적인 언어보다 함축적,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이 쓰였고, 그런 부분이 다른 흔한 에세이들보다 훨씬 좋았던 것 같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아서 이곳에 조금 적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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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사람들에게서부터 멀찍이 떨어져 혼자가 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중략)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아픔은 그 어떤 배신감보다 크고, 억지 웃음을 지으며 애써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그 어떤 노동보다도 고되니까요. (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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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치를 왜 그렇게 많이 봐. 사람들 시선에 너무 신경쓰지 마. 어차피 널 좋아할 사람들은 네가 어떤 행동을 하든 널 좋아할 거고, 널 미워하는 사람들은 네가 어떻든 간에 널 미워할 거야.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한테 관심이 없어.”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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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어떤 모난 감정이 생기면 누군가를 미워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미운 점이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온 게 아닌가, 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까봐 두렵다면 사실 내가 누군가를 평가하며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사람은 속이 너무 좁아”라고 말한 사람치고 속이 좁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1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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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에세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비슷한 소재의 소설들도 계속해서 출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내린 답이 절대 정답은 아니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치고 힘들고 우울할 때 본인만 우울한 게 아니란 것을, 다른 사람들도 지쳐있고 힘들어한다는 걸 깨닫는 것만으로도 역으로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넋두리를 털어놓을 때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것은, 너만 힘든 게 아니라 나도 힘드니까 같이 힘을 내서 살아가보자 하고 서로에게 힘을 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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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남의 불행을 보고 기뻐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자기 혐오에 휩싸여 한없이 심연의 늪으로 빠져들어갈 때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는 것을 깨달으면, 동질감에서 뿜어져나오는 위로가 참으로 효과적인 것 같다. 이 책도 같은 맥락에서 읽기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쓴 작가님도 속으로 많이 우울했었고 힘듦의 시간을 견뎌왔다는 것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껴졌고, 또 많이 위로를 받았다. 더불어 앞서 말했듯이 뻔하지 않은 ‘산문시’처럼 느껴져서 마음을 더욱 울렸던 것 같았다. 요즘 주위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는데, ‘괜찮아?’같은 상투적인 질문이 아니라 이 책과 함께 진심을 담아 위로 한마디를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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