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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하늘을 나는 타이어> - 이케이도 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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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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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항상 궁금했다. 대표작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두터운 팬층을 거느릴 정도로 재밌다고 한다. 하지만 4권(+1) 정도로 분량이 많길래 읽는 데 부담을 느껴서 중고 서점에서 1권만 사놓고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출판사 ‘소미미디어’의 서포터즈 ‘소미랑’ 1기에 뽑히게 되었다. 첫 서평 도서로 받은 책이 바로 이케이도 준의 <하늘을 나는 타이어>다. 받고 보니 800페이지 정도의 벽돌책이 풍기는 아우라에 기가 눌렸다. 그래도 ‘한자와 나오키’와는 달리 한 권이면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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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미쓰비시 리콜 은폐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한 운송 업체의 트럭이 인명 사고를 냈다. 이 트럭을 만든 자동차 회사인 대기업 ‘호프자동차’는 조사 결과를 ‘정비 불량’으로 발표했으나 이 운송 업체는 평소 정비를 착실하게 잘 하던 터라 사장 ‘아카마쓰’는 그 조사를 믿을 수 없었다. 또한 호프자동차에서 제조한 트럭이 사고를 낸 경우가 처음이 아님을 알게 되며, 아카마쓰는 의구심을 품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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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꽤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다. 그만큼 책을 읽다보면 작품 속의 시간적 배경이 상당히 과거임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을 현 시점에서 읽으면 시간적 공백이 유발하는 위화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윗대가리(?)들이 저지르는 부정부패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만국 공통으로, 시대를 막론하고 통하는 것 같다. 그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통쾌한 결말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재밌었다.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사이다같은 내용 및 결말에 흡인력 넘치는 작가의 문체까지, 덕분에 책장을 빠른 속도로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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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긴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다. 바로 두꺼운 분량에서 느꼈던 부분이다. 먼저 800페이지 정도되는 분량이라면 2권 정도로 분권해서 출간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들고 다니기에 꽤 무겁기도 하고, 책의 외형적인 부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책을 읽다가 책등이 구겨질까봐 신경 쓰이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외적인 부분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더불어 내용적인 측면도 있다. 이 작품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대결 서사만 있는 게 아니라, 운송 회사 사장 ‘아카마쓰’의 아들이 학교에서 불화를 겪는 일화도 적지 않은 분량을 차치한다. 이 내용이 꼭 필요했을까 싶다. 물론 주인공이 가족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을 작가가 독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만든 서사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굳이’ 작품에 포함시킨 느낌이 들었다. (이 부분이 없었더라면 분량이 어느 정도는 줄어들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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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이런 부분들은 아주 사소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의 아들과 관련한 내용을 따로 떼놓고 보더라도 상당히 재밌었다. ‘학부모 위원장’ 자리를 둔 ‘여왕벌’과의 대립이라든지, 억울한 ‘도둑’ 누명을 쓴 아들을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든지, 매우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중간 어느 한 곳에서도 긴장감이 풀어지는 느낌 없이 촘촘하게 전개를 이어나간 작가의 필력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 미스터리 장르에서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준다면 (물론 다른 장르도 잘 쓰긴 함), ‘이케이도 준’은 보다 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어 가독성과 함께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어졌고, <하늘을 나는 타이어>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긴박함 넘치는 전개에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결말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늘을 나는 타이어>가 적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