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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 있잖아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평점 :
<내가 말하고 있잖아> - 정용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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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내가 독서를 끊지 못하고 있다. 너무 재밌다. 내가 이 책을 샀던 이유는 단지 ‘민음사 패밀리데이’에서 약 50% 할인받을 수 있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여서, 표지 디자인이 이뻐서,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뿐이다. 책의 내용도 전혀 알지 못했고, 작가님도 처음 보는 분이셨다. 읽기 전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확실히 기대를 하지 않을 수록, 그 재미와 감동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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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교정원에 다니는 말더듬이 주인공이 본인의 장애를 극복해가는 이야기다.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해내고 싶어해도 그렇지 못하는 언어 장애 때문에 주인공은 괴로워하지만, 그에 익숙한 듯 속으로 삭히고선 넘겨버린다. 하지만 언어 교정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배우고, 나오지 않는 말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다. 더불어 그 안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교류하며 성장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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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아몬드>와 <위저드 베이커리>가 떠올랐다. ‘청소년 소설’들은 아무래도 비슷한 큰 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지고 있던 내적 트라우마 혹은 외적인 갈등 요소를 극복해내는 과정이 나오는 구조. 다만 <내가 말하고 있잖아>가 <아몬드>, <위저드 베이커리>와 달랐던 점은 유쾌한 분위기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아몬드>와 <위저드 베이커리>는 주인공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강조하는 듯하여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졌다면, <내가 말하고 있잖아>의 경우에는 언어 교정원 사람들과 소통하고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유쾌하고 뿌듯하다. 메인 빌런(?)도 비중이 그리 크지 않고, 사이다 같은 결말로 통쾌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 점이 나의 취향을 저격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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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작품을 읽으며 한가지 생각해봐야할 점이 있다. 과연 무엇이 이 소년을 언어 장애로 만들었는가. 주인공이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 누군지도 모르는 ‘아빠’라는 존재 및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엄마의 애인, 심지어 그 애인들 중 한명은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교의 국어 교사는 학생을 교육한다는 명목 하에 많은 학생들 앞에서 주인공을 발표시켜 역으로 트라우마를 더욱 심는다. 작품 해설에서 이 작품은 “언어 장애를 불러일으키게 된 정서적 방임 혹은 정신적 신체적 폭력에 대해. 어리고 유약한 존재들에게 가해지는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부주의함에 대해서도 새삼 숙고하게 해”준다고 하였다. 나는 이런 작품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겉의 분위기와 담고 있는 내용이 한없이 어둡기만 하지 않고, 유쾌함 속에서 어두운 현실을 숨겨놓는 작품, 그래서 읽고 난 뒤에 그것에 대해 더욱 깊이 사고하게 만드는 것. 누군가는 ‘의뭉스럽다’하며 안좋게 바라볼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멋지고 재밌었던 성장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