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개발의 정석 오늘의 젊은 작가 10
임성순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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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개발의 정석> - 임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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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다. 읽는 동안에도, 다 읽은 뒤에도. 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자기 계발’이 아닌 ‘자기 개발’로 쓴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 답을 알고 나니 당혹감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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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어느 40대 중반의 대기업 부장인 기러기 아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허투루 보내며 살고 있다가 뜻밖의 경험을 맞이한다. 바로 비뇨기과에서 전립선 마사지를 받게 된 것. 이는 크나큰 수치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새로운 ‘쾌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전과는 다른 삶의 활력을 찾게 되며 그것을 추구하기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다룬 ‘블랙 코미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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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묘사로 주인공이 쾌감을 느끼는 과정 및 결과를 서술하고 있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낯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표지를 처음 봤을 때에도 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일 줄은 몰랐다. 너무 당황스럽고 당혹스럽고 곤혹스러운 감정까지 느껴지지만, 이러한 것이야 말로 ‘오늘의 젊은 작가’에서 다룰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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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자체는 좋았다는 평이 많다. 나도 동감하는 바이다.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술술 읽혔고, 내용도 어렵지 않으며 자극적이어서 확실히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그 재미보다 더한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당연히 소재 자체에서 오는 불편함을 무시할 수는 없다. 40대 아저씨의 항문 자위… 게이가 아니어도 이런 걸 하는구나 싶어서 놀라기도 하고 거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소재 말고도 불편한 부분이 더 있었다. 주인공은 ‘다단계’ 영업에 빠질 뻔한 모습도 나오고, ‘묻지마 폭행’을 당하기도 하며, 그 폭행범의 어머니는 ‘사이비 신도’처럼 느껴졌다. ‘불편함’의 종합 선물 세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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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각한 것은 결말이다. 제발 이렇게 끝나지는 말기를 바랐다. 앞서 언급했던 ‘사이비 신도’마냥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결말은 내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처참하게 마무리된 결말때문에 나는 책을 집어던질 뻔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결말을 읽어도 실소가 나오는 정도에서 그칠 수도 있고, 역설적으로 재미를 느끼며 책을 덮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제발 이렇게만은 끝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안타깝다’라는 표현과 ‘애통하다’라는 표현 사이의 중간 정도의 (원치 않는) 감정을 느꼈다. ‘애석하다’ 정도면 적당하려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읽으며 색다른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지만, 어찌됐든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절대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다. 외설적인 소재와 적나라한 문체, 그리고 불쾌한 충격을 주는 결말까지 추천하지 못할 요소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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