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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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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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학자인 남자 주인공은 세상에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종을 찾기 위해 오지로 향한다. 그가 간 해안가 모래 언덕에는 신비롭다 해야할지 괴상하다 해야할지 모를 어느 마을 하나를 발견한다. 그 마을은 약 20미터 깊이의 모래 구덩이가 곳곳에 있었고, 일부 사람들은 그 안에서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기로 한 그는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한 여자가 혼자 사는 집에서 밤을 보낸다. 그러나 아침이 되자 그가 타고 내려온 사다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심지어 여자는 그 사실을 남자가 왔던 순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하다. 남자는 이곳에서 어떻게든 탈출하려 노력하지만 계속해서 어려움에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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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는 민음사 패밀리데이 오프라인 행사에서 구매한 책이다.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적 없었지만, 평소 애청하고 있는 민음사 유튜브 채널에서 아부님(조아란 부장님)이 추천해주시는 영상을 보고 읽게 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이 전개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내용보다 더 재밌는 것은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보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된 남자의 당황, 그곳에서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발악하는 모습,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점점 적응해가는 신체와 정신의 변화 등등. 플롯 자체도 스릴 넘쳤지만, 그 상황과 주인공 심리의 묘사가 그 긴장감을 한층 더 끌어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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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책이 그렇듯, 이 작품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책을 다 읽었음에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남자를 모래 구덩이 속으로 유인했던 마을 사람들이 현청 사람들을 극도로 경계한 이유가 무엇일까’이다. 그냥 이 작품을 다 읽은 독자로써 조심스레 추측해보자면, 모래 구덩이에 사람들을 살게 하는 것을 들키지 않고 싶어서인가 하는 생각이다. 그래도 명확하게 답이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라 개운하진 않다. 하지만 가장 궁금했던 점은 따로 있다. ‘구덩이 속 사람들은 왜 계속 이 안에서 살아가는 것일까’ 이 장소는 모래 바람이 집 안까지 들이닥치기 때문에 신문지로 얼굴을 덮고 잔다든지 해야하고, 하루종일 모래를 퍼다 나르는 일과를 해야만 모래벽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런 비효율적인 장소를 버려두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퍼다 나른 모래를 외부에 팔아넘긴다고는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작가가 작품 속 어딘가에 숨겨놓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부족하여 그것을 찾지 못한 듯싶다. 아무튼, 찝찝한 기분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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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작품은 도입 부분에 결말의 내용을 드러내놓고 전개된다. 때문에 남자가 어떻게 될까보다는 상황이 되었을까 생각하며 읽게 된다. 하지만 작품의 진짜 결말에 다다랐을 때에는 소름끼치는 충격을 느꼈다. 이런 스산한 감정에서 비롯된 여운은 상당히 오래 지속되는 같다. 더불어 작품은 고전 세계문학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 좋은 번역 덕인지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내용도 재밌고 읽기도 쉬운 명작을 추천하지 않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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