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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대도시의 사랑법> - 박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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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완독하고 나서 재밌다는 느낌이 들거나 재미가 없더라도 해당 책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주저않고 독후감을 쓰는 편이다. (물론 다 읽어도 독후감을 쓰지 않는 책도 있다.) 하지만 이 책같은 경우에는 재밌게 읽어서 독후감을 쓰고 싶은데 글이 쉽게 써지지가 않는다. 어쩌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사회적으로, 혹은 누군가에게 있어서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정말 재밌었고, 하고 싶은 얘기도 있기에 어렵게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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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게이 소설이다. 내겐 <그해 여름 우리는> 후로 두 번째로 읽는 동성애 소설이다. <그해 여름 우리는>같은 경우에는 한 소년의 시점으로 전개가 되어 첫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그에 대한 감정 묘사 등이 섬세하게 적혀있는 한편의 연애소설이자 성장소설을 보는 것 같았다면, <대도시의 사랑법>은 솔직하고 직설적인 문체와 단어 사용으로 보면서 움찔움찔하게 만들었던, 그래서 조금은 불편했던 작품이었다. 때문에 동성애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겐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내게는 그런 것은 크게 상관없었기 때문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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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소설로 총 4편의 단편 소설들이 엮여 있다. 각 소설들을 따로따로 봐도 괜찮지만, 같은 주인공의 서사로서 한번에 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한번에 죽 읽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책은 정말 직설적인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너무 ‘게이스러운’ 탓에 불편한 기분이 적지 않게 들어 중간에 덮을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다 읽고 마지막 책 표지를 덮음과 동시에 먹먹한 슬픔이 나를 덮쳤다. 우리나라에서 게이로 살아가는 게 정말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별의 별 이상한 사람들 많은데도 찐사랑을 만났을 때의 기쁨과 그 사랑을 떠나보내는 사람의 가슴 아픈 심정을 박상영 작가의 문체를 통해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꼭 게이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성소수자분들의 삶을 존중해주고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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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읽을 때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쉽사리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읽어볼 만한 가치와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말할 것이다. 꼭 동성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생각할만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이 작품이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출품되었다는 뉴스를 봤는데,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